음악기초이론의 이해
김유희 지음
예솔
난 사실 음악이론에 대해 그다지 잘 아는 편은 아니다. 악보만 좀 보고 연주하는 수준이었는데, 특히 반음이 올라가고 내려가는 관계나 장조, 단조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었다. 학교 음악시간에도 딱히 깊게 배운 게 아닌터라 잊어버려서 악기를 연주하는데도 불구하고 거의 아는 게 없었다. 그래서 예전부터 몇 권의 책을 이리저리 찾아봤는데 속시원히 설명된 것이 없었다. 그러다가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내가 정말 원하던 책이었다.
이 책의 머리말에 보면 독자를 ‘음악 이론을 궁금해 하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상정하고 썼다. 그러다보니 전공자들은 당연히 알고 있을 것들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암기 위주로 공식을 간추려 설명해주기 보다는 기초를 꼼꼼히 설명해주어서 마음에 든다. 아마 대학교 강의(조금 검색해보니 연세대학교 교양강의인 듯하다.)에 참고하기 위한 서적으로 만든 것 같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에서 배운 음악이론들은 거의 완전히 암기였는데, 물론 기호 같은 건 암기해야하긴 하지만 총체적인 음악의 이론을 잘 설명하기 보다는 일단 외우고 보는 식이었다. 가령 조표에 올림표가 몇 개 있으면 파도솔레라미시 순으로 ‘그냥’ 붙여야 된다는 식으로 외웠는데, 당연히 이런 건 계속 쓰는 게 아니면 머릿 속에 잘 기억되지도 않고 왜 그런지도 모르니 흥미도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 책을 접했을 때, 얼마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내가 원하던 음악이론의 갈증을 속 시원히 풀어주는 책이었다.
먼저 음악에서 중요한 리듬, 박자 등은 무엇인지, 음은 어떻게 생성되는지 소리의 본질은 무엇인지 등을 개략적으로 설명해주고, 음악의 기보를 하나하나 꼼꼼히 설명한다. 악보를 볼 줄 아는 것은 많은 이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기초일 것이다. 실제로 만나 본 적은 없지만 악보를 볼 줄 모르고도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나, 이론을 거치지 않고 고전되는 가락으로 노래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현재 통용되고 있는 대부분의 음악이론은 악보를 제대로 볼 수 있어야 이론도 배울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악보 보는 것부터 박자와 지휘법, 리듬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준다. 음악도 수학과 마찬가지로 좀 더 상위의 이론, 개념으로 설명을 해야 할 때가 있긴 한데, 이 책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뒷부분 몇 쪽에서 설명할 것이라는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는다.
5장부터 8장까지는 음계와 조성 등을 설명하는 데, 사실 난 이게 굉장히 궁금했다. 이조악기를 연습하다보니 이조하는 법을 잘 몰라서 많이 허둥지둥했었는데 여기서는 정말 상세하게 가르쳐준다. 먼저 음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온음, 반음 등을 이야기하고, 다 장조를 기초로, 장조, 단조, 조표 등을 설명한다. 또 음정을 설명하며 완전음정, 장, 단, 감, 증 음정들의 원리를 꼼꼼히 풀어서 이야기해주니 이해도 매우 쉽고 생각보다 외울 것도 없었다. 음악이론을 이렇게 좀 더 일찍 공부했다면 좋았을텐데. 하여간 조표와 조성, 전조, 이조하는 법도 친절히 소개되어 있었다. 여기까지가 책의 전반부인 기초편으로, 내가 생각하기에 악기를 하나 쯤 다루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여기까지는 잘 알아야 할 것 같다. 책의 후반부는 화성편으로, 화음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한다. 화음의 종류, 배치, 연결법과 진행법 등을 설명한다. 그 다음엔 기초적인 선율 작곡법과 코랄 스타일에 대해서 설명한다.
사실 난 화성편부터는 작곡기초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하고 책을 더 읽지는 않았다. 기초편만 두어번 본 셈이다. 물론 화성도 보면 좀 더 좋겠지만 시간이 시간이다보니...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풍부한 연습문제와 다양한 예제, 그리고 음원으로 제공되는 파일들일 것이다. 음악이론은 원래 피아노 같은 악기가 옆에 있으면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는데, 사실 건반은 종이에 그려서 해도 되지만 천재음악가가 아닌 이상은 여러 화음, 음계 등을 들어봐야 훨씬 잘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초심자들도 놓치지 않고 음원을 풍부하게 녹음했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물론 전자 키보드를 이용해서 녹음했는지, 좀 기계적인 것 같긴 하지만 어찌됐든 만족한다.
음악을 혼자서, 처음 공부할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꼭 한번 공부해보길 바란다. 공부라는 게 어려운 것이 아니고, 일단 부담 없이 한 절반 정도까지 읽어보며 통독을 한 뒤에, 한 번 더 읽으며 놓친 부분을 이해하고, 한 번 더 읽으며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될 것이다. 그 다음에 나머지 절반을 같은 방식으로 공부하면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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