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
서희태 지음
MBC프로덕션
이 책은 2008년에 방영했던 MBC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의 예술감독을 맡았던 서희태 씨가 그 드라마와 클래식에 대해 쓴 것이다. 전반부는 크게 자신의 클래식인생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 역시 클래식악기 중 하나를 취미삼아 배우고 있지만, 클래식 음악(과 성악)을 하기 위해서는 집안에 여유가 좀 많아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분의 인생도 그렇고, 과거에 살았던 많은 음악가들, 음대에 다니며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이 모두 풍족한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좋은 악기, 뛰어난 스승에게서 개인지도를 받으려면 돈이 많으면 좋겠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음악을 한다는 것이 불가능은 아니라는 걸 다시 깨달았다.
그 부분은 이 드라마의 주제와도 연관되는 부분일 텐데, 클래식 음악이 부자들만의 사치가 아니라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하며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을 잊지 말자는 것이 아닐까? 내 생각에 과거의 정통 클래식을 듣는 인구는 많이 줄었지만 줄어든 그만큼,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의 OST, 게임 속에 든 편곡들을 통하여 음악을 접하고 있으니 클래식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은연 중에 클래식을 듣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물론 현대음악이긴 하지만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니...)
예전에, 오일쇼크 사태 때 일본의 경제가 굉장히 크게 성장했는데 세계인(서구인?)들은 그들을 보고 경제동물이라고 불렀다. 그 경제에 걸맞지 않게 문화적으로 빈약하다고 해서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난 지금의 우리 역시 생각보다 문화가 빈약하다고 느낀다. 단순히 국민대다수가 클래식음악을 잘 몰라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주체적으로 컨텐츠(이 표현을 쓰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다.)를 생산하며 그것이 충분히 축적되며 더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가 만들어졌을 때 비로소 ‘저기는 문화가 발전했다.’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K-POP과 영화산업 등은 아직 창의적이고 깊이 있으며, 생산적이라고 보기가 애매하다. 왜냐하면 그들 소비자가 직접 다시 생산자가 되는 구조가 아니라 소비자에 머물러있고 컨텐츠 역시 굉장히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스포츠 역시 많은 사람들이 직접 스포츠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저 TV앞에서 구경하는 것이 난 안타깝다.) 하여간 난 우리가 음악문화를 좀 더 깊이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각자가 악기하나 정도는 적당히 다루고 즐겨 듣는 장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깊이 알면 좋겠다. 그 악기가 클래식 악기가 아니라도 좋고,(만돌린이면 어떻고, 피리면 어떤가) 즐겨 듣는 장르가 K-POP이라도 깊이 있게 그걸 이해한다면 훨씬 재미있는 덕질(?)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항상 일을 하고 돌아와서 피곤하다는 핑계로 축 쳐져 야식을 먹으며 TV보기에 바쁜데,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 음악에 관심도 가지고, 몸도 움직인다면 난 훨씬 더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1장을 다 읽으니 클래식에 대한 자신의 고찰을 간단히 적은 2장이 나왔다. 사실 3장과 4장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이 분이 어딘가에 쓴 신문칼럼을 엮어서 낸 책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비슷한 표현이나, 중복되는 내용을 이곳저곳에 써 놓았기 때문이다. 난 이런 부분들을 좀 더 교정한다면 책이 훨씬 부드럽고 간결해지라 생각한다.
3장은 지휘자에 대한 이야기, 4장은 오케스트라에서 쓰이는 악기와 오케스트라 그 자체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3장 4장의 이런 내용들은 아주 쉽고 유명한 내용들이라 크게 흥미로운 건 없었다. 물론 난 다 아는 내용이었지만, 오케스트라에 대해 아예 모르면 이렇게 쉽고 간결하게 설명한 내용이 아주 좋을 것 같다.
5장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나온 클래식 곡들을 설명한 부분인데 난 이 부분이 책에서 가장 좋았다. 사실 드라마에 나온 곡들이 아주 좋았던 게 많았는데 어떻게 찾아야 할지 꽤 막막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 곡들의 해설과 드라마 촬영에서의 상황을 곁들여서 재미있기도 했다. 이 곡들은 드라마 OST CD에 수록되어 있는데 물론 다 있는 건 아니고 몇 개가 빠져있다.
이 책을 읽으며 드라마의 여운을 다시 한 번 느껴보기도 했고 음악인의 세계도 조금 더 알아서 꽤 좋았다. 책의 분량이나 문장도 짧고 간결하여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아보자면 드라마 촬영에서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넣어줬다면 좋을 것 같다.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으니 다른 장을 만들어서 드라마 에피소드를 좀 더 많이 넣는 게 옳지 않을까?
'책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음악기초이론의 이해 - 김유희 (2) | 2013.08.07 |
---|---|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 금난새 (0) | 2013.08.05 |
남자는 힘이다 - 맛스타드림 (2) | 2013.07.20 |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유정아 (0) | 2013.07.19 |
성공을 부르는 목소리 코칭 - 임유정 (0) | 2013.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