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사진첩을 좀 정리해봤다. 언젠가 정리해야지, 하고 계속 미루다가 며칠 전부터 시간이 나면 사진을 조금씩 지우곤 했다. 2010년쯤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사고 나서부터 몇 번씩 휴대폰을 바꾸면서 사진과 동영상이 엄청 쌓였었다. 특히나 내 성격상 별로 안 지우고 그냥 두다 보니 정말 쓸데없는 사진도 많이 있었다. 근데 이런 사진 몇 천장을 하루에 몇 십장씩 지운다고 티가 얼마나 날까. 이렇게 한 개씩 보고 지우는 게 의미가 있나 싶었다.
티스토리 블로그도 열심히 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쓰다 말다를 반복하다가 한번 밀리니까 엄두를 못 내고 몇 달간 시간을 보냈다. 변명을 하자면, 사실 그동안 바쁘다면 바빴다. 신문을 구독했었는데 쌓이지 않도록 부지런히(?) 읽고 책도 몇 권 읽었다. 운동도 다니고 새 직장을 구하기도 했다. 적고 보니 나름대로 할 일을 하며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다만 세운 계획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무성의하게 한 일들이라 제대로 처리하질 못했다. 책을 읽고도 블로그에 독후감을 쓰지도 않았고, 신문 기사도 사실상 감상(?)에 끝났기 때문이다. 한 번 더 변명을 하자면 취직해서 적응하느라 그랬다고 할 수밖에 없겠다.
사진첩을 보다 보니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새로 편입하기 전 고향에서 산책하며 찍은 코스모스, 새로 이사한 내 마음에 꼭 들었던 자취방 사진, 신촌에서 알바하러 가기 전 공부할 책 내용, 개강 초 친구들과 밥 먹다 찍은 사진, 운동하고 찍은 반포 한강공원 전경, 미국 여행 사진, 입대 당일 훈련소 풍경과, 군문(軍門)을 나서며 찍은 기념사진, 사원증, 장사 초반 정신없이 바쁠 때 찍은 청소 사진 등등... 사진을 보니 비로소 그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 이런 걸 했었지. 폴더에 처박아두기만 했는데 자주 볼 걸 그랬다.
오랜만에 마음마저 평온한 주말을 맞았다. 특별히 급한 일과 약속도 없고 몸도 적당한(?) 컨디션이라 운동하거나 어디 놀러 가기도 애매해서 집에 있다. 티스토리 블로그도 한 번 쓱 보았는데, 생각보다 많이 글이 쌓이긴 했다. 가장 먼저 쓰다가 말았던 여러 글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독후감들. 썼던 게 아까우니 다시 빨리 읽고 정리를 해야겠다. 쌓였던 운동기록을 보니 내가 6개월 동안 나름대로 방법을 찾기 위해서 노력했구나 싶었다. 아쉬운 건 아직도 회복이 안 된 것 같고, 2015년쯤 기록을 보니 방향은 비슷한데도 아직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 아쉽지만 이 부분도 내 삶의 일부니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주식 관련 내용을 꾸준히 올리려고 했는데 잘 안 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보였다. 재능이 없다면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데, 말만 '주식이 돈 벌기에 제일 좋다~'라고 하지 제대로 공부도 안 하고 있다는 게 보여서 찔렸다.
사진첩에 쌓인 사진들을 일일이 보면서 지우는 게 의미가 없겠다고 생각해서 빨리 끝낼 방법을 고민해봤다. 조금 찾아보니 중복 파일을 제거하는 앱(remo duplicate photos remover)이 있길래 써보았다. 몇 백개가 중복되었다. 폴더랑 이름이 다른 걸 보니 아마 백업 과정에서 중복되게 복사한 파일도 많은 것 같았다. 이걸 써도 완벽히 다 정리되진 않았고 카카오톡 스크린샷으로 이름이 다르게 저장된, 실제로는 같은 이미지는 어찌할 방법을 모르겠다. 결국 해결책은 통째로 지우는 것이다. 어차피 몇 년 동안 보지도 않았던 걸 지금 이 순간 일이 생겨서 다시 보는 일을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속시원히 1500장 정도의 사진 폴더, 특히 프랑스 여행 때 사진들을 마음 편하게 그냥 통째로 지워봤다. 지우기 전 스으윽 넘겨보니 그때 찍은 사진들은 '일단 많이 찍어놓고 나중에 괜찮은 걸 골라야지'하면서 쌓아놓은 풍경 사진들이었다. 그때는 몰라도, 지금의 나에게는 추억 감상이 아니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을 사진이라 다 날려버렸다. 정말 중요한 사진, 예컨대 프랑스에 가봤다는 사실을 기억할 수 있는 사진 몇 장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만약 블로그에 올리거나 그때 찍은 사진의 주제와 관련된 공부를 한다면 그때 시간을 들여서 했어야 했다. 몇 년 동안 뭉개고 있다가 지금 보니 추억으로만 남고, 그 순간의 감상과 영감은 사라져 버렸다. 미루지 않아야 하는데, 어차피 단순 기록용 자료가 된 이상 차라리 의미 있는 것 말고는 지워도 될 것 같았다. 이렇게 큰맘 먹고 확 지우고 나니, 오히려 다른 시기에 찍어놓은 사진을 정리하는 데도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 지울 때도 너무 고민 않고 슥슥 지워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정리를 해놓을 거면 그 순간에 정리를 해놓았어야 한다.
우리 일상 역시 이와 비슷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아무리 좋은 사건이 있었어도 일이 있던 그 순간을 블로그에 기록하고 감상을 남겼어야 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흐릿한 기억과 그 시절 추억, 쓰다만 글만 남았다. 원대한 계획이 필요한 일(운동, 공부, 주식 등)이라면 적은 양이라도 꾸준히 적으면서 진도를 정리했어야 하는데 미루다 보니 쌓여서 결국 안 하게 되기만 한다. 매일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도 좋지만, 그걸 잘 정리해서 끝까지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마무리까지 잘해야겠다. 한동안은 바쁜 일이라고 핑계로 둘러댈 것도 있었지만, 막상 생각해보면 내 시간이 정말로 하나도 없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좀 더 정리하면서 사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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