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다! 퀀트 투자
강환국 지음, 신진오 감수
에프엔미디어
퀀트 투자를 어떻게 처음 접하게 되었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그런 단어는 몇 번 듣긴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 쪽에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었다.
사실 아직 배울 게 많은 입장이긴 하지만, 초보들의 주식투자 패턴을 보면 돈을 얻으래야 얻을 수가 없다. 쌀 때 사서 비싸게 팔지도(가치투자) 않고, 비싸게 사서 더 비싸게 파는 것(추세추종 매매)도 아니고, 극초단타로 조금씩 수익(스캘핑)을 내지도 못한다. 남들이 산다니까 사긴 하는데 욕심에 이끌려 비쌀 때 사서 어영부영하다가 싸지면 팔거나 아예 강제 장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사실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든 손해를 보는 건 투자인생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그걸 알고 감수하는지 모르고 휩쓸려버린 건지 다르지 않겠는가? 전자라면 그 대가로 수익을 얻는 것이고, 후자라면 우연히 이득을 본 것뿐이다. 자기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도박과 다르지 않다.
내가 처한 상황을 모르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바닥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좀 알아야 하고, 주변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은 어떤지, 어떤 기후인지 경험으로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험으로 모두 배우기엔 우리 시간과 자원은 유한하다. 그래서 경험자들의 책을 읽어봐야 한다. 누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여기는 어떤 곳이고 이 세계가 어떤 구조를 가졌는지 말이다. 문제는 초보자들은 어디서부터 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 시장은 참 넓고,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이 정말 많아서 어디서부터 공부하고 무엇부터 해야 할지 언뜻 감을 못 잡는다.
그렇다면 초보자들은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 (매매 전략과 별개로) 어떤 투자방법이 가장 좋을까?
사실 계량 투자(퀀트 투자)만이 정답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비계량 투자로 성공한 사람도 많고, 계량 투자가 필승을 100% 보장하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데이터를 보니 성공했을 확률이 높고, 그 투자의 논리와 검증을 과거 자료를 통해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방법론이 어렵지 않다. 추상적이지도 않고 알려준 순서대로 찾아내고 일단 시행하면 된다. 투자 시작까지 오랜 준비가 필요치 않고, 더 나은 투자를 위한 점검은 서서히 해도 된다.
그래서 나는 초보자라면 퀀트 투자를 좀 더 많이 공부하길 추천한다. 지금까지도 시장에서 떠도는 이야기 중에 실제로 검증해보면 말도 안 되는 주장이 많다. 성공한 고수들의 이야기긴 한데 두루뭉술해서 어떻게 하라는 건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사실 과거 데이터로는 전혀 틀린(그러나 경험상 맞다고 생각하는) 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검증? 어렵지 않다. 과거 데이터들을 모아서, 돌려보면 된다. 물론 그 수고가 들지만... 그게 다 투자금을 살리는 과정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어쨌든 서론이 길었다. 본론으로 넘어가서, 주식초보자들은 굳이 계량 투자를 할 마음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읽어보면 도움될 내용이 정말 많다. 이런 세계가 있구나, 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읽어만 봐도 투자할 때 크게 바뀐 스스로를 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저자 강환국 씨는 이 책을 크게 세부분으로 구성했는데 먼저 0장인 준비 마당에서 '책의 목적과 구조'부터 이야기하며 왜 계량 투자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계량 투자의 핵심은 어떤 것인지를 말한다. 파트1은 방어형 투자전략에 관한 장인데, 여기서 방어형 전략이라는 기초가 왜 중요한지, 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한지와 포트폴리오 이론이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내 생각에 이 책의 절반을 버리고 내용을 압축하라면 나는 과감히 파트2를 대부분 버리고, 이 책의 처음부터 파트1까지, 그리고 마지막의 조언(16장)과 총정리만을 써도 될 것 같다. 그만큼 초반 부분의 내용은 정말 가치 있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굳이 계량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어떤 투자라도 이 내용이 적용될 것이라 자신한다.
파트2부터는 공격형 투자전략이 나오는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내용은 이 부분일 것 같다. 공격적으로 퀀트 투자를 하려면 어떤 전략을 써야 하는가? 이 부분을 읽다 보면 흔히 시장에서 말하는 '개잡주'가 얼마나 좋은 투자대상인지, 모두가 주목하는 대형주는 왜 성공하기 어려운지 계속 나온다. 그리고 백테스트 결과를 보며 흔히 듣던 주장 중 많은 것이 틀렸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아무튼 높은 수익률을 달성 할 수 있는 여러 전략을 순차적으로 설명하며 역사적으로 오래된 PBR과 NCAV부터, GP/A와 F-스코어 처럼 계량투자자가 아니면 잘 모르는 지표들도 순차적으로 소개한다. 읽다보면 저자는 GP/A와 F-스코어, 그리고 소형주의 조합을 가장 좋게 생각하는 것 같다('강환국 슈퍼 퀄리티 전략'으로 검색). 사실 그의 논리도 탄탄하고 백테스트 결과도 잘 나온다. 나는 이 지표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앞으로도 한번 참고하고 싶다.
물론 이 백테스트 결과대로 미래에도 수익이 잘 나오느냐? 그건 확신하지 못하겠지만, 이게 바로 퀀트 투자의 장점이라고 본다. 논리적으로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주가는 항상 오르락내리락한다. 지금 당장은 조금 하락세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성공한다는 것이 과거 데이터로 축적되었으며, 전략이 과최적화된 것이 아닌 한, 논리가 말이 되면 그만큼 확신이 생긴다. 그래서 퀀트 투자를 시작으로 초보자들이 주식을 시작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계속하는 말이지만, 내 주관이 개입할 여지가 적고 전략의 검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나도 나름대로 책도 찾아보고, 인터넷으로도 단편적으로 지식을 많이 찾아보긴 했는데 이렇게 잘 추려서 정리해주니 투자학의 발전이나 투자계의 유명인들, 그들의 주장과 전략을 포함해서 많은 지식을 체계적으로 쌓을 수 있었다. LSV가 무엇인지(사실 사람 이름이었다), 피셔 부자는 어떤 사람이었고 그린블라트는 누구인지 등등... 이 책 한 권을 읽으면 여기 내용을 따라서 추가적으로 어떤 책을 더 읽어야 할지도 알 수 있다. 이 책을 지도 삼아서 투자계의 여러 거물들의 주장과 투자법이 어떤 지 조금 더 감을 잡을 수 있고, 앞으로 참고할 책을 찾을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전략 자체에 대한 좀 더 심도 있는 설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소개된 전략들의 장단점이 어떤 것인지, 또한 공격적인 전략들끼리는 서로 어느 정도로 위험한지 비교를 해보고 싶었는데 전략 소개의 논리만 따라가다 보니 각각의 전략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 한 점이 조금 아쉽다고 본다. 추세추종은 항상 좋은가? 횡보장에서는 별다른 힘을 못 쓴다. 추세 자체도 잘 안 나올뿐더러 길게 가지 않으므로 자잘한 손실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어적 투자가 최선인가? 안전한 건 알겠다만 우리가 100년이나 살진 않는데 조금조금씩 돈을 모아선 언제 부자가 됨을 느끼겠는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이 단점이다. 이런 여러 가지 전략 간의 비교를 해주면 좋았을 텐데, 이 부분이 조금 적다고 느껴진다(없진 않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수많은 전략을 소개하면서 기대 CAGR은 적어놓았지만 MDD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안 적어놓았다. CAGR만 높으면 장땡인가? 당연히 아니다. 그렇다면 MDD도 이야기해주고, 샤프 비율 같은 것도 알려주면 더욱 도움이 될 텐데, 이런 점이 아쉽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저자분께서 유튜브에 재미가 들렸는지 유튜브에 거이 매일 좋은 영상을 올린다. 이 책이 나온 지 몇 년 됐는데, 지금까지도 쉼 없이 공부를 하고 계신지 책에는 없는 11-4월 전략이나 자산배분에 대한 좋은 내용도 많이 올라와 있으니 참고하면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재밌다. 그리고 최근 '할투맵'도 나와서 자료 찾기에 좋다. 아래에 유튜브 링크가 있다.
또한 이 책을 읽었으면 systrader79님의 책과 블로그를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블로그는 광고 때문에 조금 정신이 없는데, 이 분의 책을 읽어보자.
systrader79의 왕초보를 위한 주식 투자 (tistory.com)
사실 이 책을 읽기 이전에 이미 SNEK에서 저자의 글을 여러 번 보고 이미 퀀트투자를 해보기도 했다. 이번에 나온 이 책은 그 글을 잘 정리한 것 같다(특정 부분은 내용이 거의 같다). 인터넷에 연재된 걸 보는 것도 좋겠지만 그냥 책으로 한 권 읽어보는 게 이해하기 쉽다고 본다. 아무튼 설 연휴기간에 이 책을 한 번 읽었는데 좋은 내용이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흥미진진하게 완독 했다. 몇 번 더 읽고 싶은 책이다. 모든 데이터를 외울 필요야 없지만, 이 책의 논리 전개를 잘 기억하고 싶다.
이 책과는 상관없이, 퀀트 투자를 좀 찾아보면서 느낀 점들이다.
어떻게 숫자만으로 투자에 성공할 수가 있냐? - 백테스트 결과를 봐라.
개잡주는 망한다! - 백테스트 결과를 봐라. 지표가 좋은 기업을 사야지.
오르는 걸 비싸게 사면 망한다! - 추세추종은 사실 좋은 전략이다.
주식은 부지런하게 시간을 많이 쏟은 만큼 성공한다! - 아니다. 좋은 전략이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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