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die의 기본투자론 11판 (Essentials of investments)
Zvi Bodie, Alex Kane, Alan J. Marcus
남상구, 최승두 공역
McGrawHill
오랜만에 독후감상문을 쓴다. 그동안 독서를 아예 쉰건 아닌데 이런저런 일도 많았고 일에 적응하느라 블로그에 조금 소홀했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나 자신의 게으름이지만. 책이 전공서다보니 두껍고 커서 읽는데 오래 걸렸다. 절반정도 읽다보니 이 책을 다 읽기 전엔 블로그에 다른 글을 못 올릴거 같다는 이상한 완벽주의(?)가 도져서 완독을 핑계삼아 글쓰기를 미뤘다. 이런 버릇도 어서 고쳐야할텐데!
아무튼 도서관에서 우연히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9월초에 책을 사고 몇 달간 읽으며 안도감이 들었다. 내가 책을 잘 못 선택한 건 아니구나, 이번에도 운좋게 정석적인 책을 골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론만 말하자. 주식투자를 하는데 도대체 이 시장을 이해 못하겠다고, 기관이나 외국인의 행동패턴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주식시장을 조금이라도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이 책을 꼭 읽기 바란다. 굳이 복잡한 파생상품을 거래하지 않고 소극적 투자만 하거나 개별주만 매매하더라도 그들의 생각을 읽고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선 기본적인 금융지식(과 최소한의 경제학 지식)이 필요하다. '이런 학교에서나 볼 책은 어렵고 쓸데 없으니 그냥 개별주 기본적분석이나 기술적 분석만 열심히 파겠다'라는 사람에게까지 읽으라고 하고싶진 않다. 투자성공여부와 별개로 주식시장에선 그 말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으니 말이다. 운이 좋으면 성공하는 거고, 아니면 실패하는 거고.
앞에서도 말했듯이 주식투자를 하고 싶은데 본인이 아주 기본적인 사항은 익혔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다면 이런 책을 읽는 것이 좋다고 본다. 물론 투자자의 마음가짐을 강조한 책(시중의 여러 교양서, 성공수기들)은 백번 읽어도 좋다. '멘탈'이 그만큼 중요한 건 맞는데, 이 주식시장은 그런 마인드만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상당한 경험과 비상한 지식도 중요하다. 그럼 그 지식들은 어떻게 알아낼 수 있나? 정통 커리어를 밟으며 평생 주식시장에서 헤엄쳐온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의 서적도 있고 평생 주식시장을 연구해온 학자들의 지적성과도 있다. 무엇이든 일단 더 깊이 공부해야 한다.
그 중 학자들이 쌓아올린 지식들이 가장 표준적이지 않겠는가? 평생 자기분야만 하루종일 생각한 사람들이니 일반인 수준에서 할만한 여러 주장이나 논리는 대부분 모두 정리해놨다. 우리는 그걸 익히고, 실전에 적용만 하면 된다. 물론 이론만 번지르르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맨 땅에서 헤딩하는 것보다는 여러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그들이 평생 연구해온 업적을 바탕으로 경험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이론이 틀렸다고 해도 결국 그 이론을 반박하고 새로운 이론 체계를 쌓아나가는 과정일 뿐이니까 실전이 중시되는 분야도 '이론의 유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론의 참거짓'이 중요하다).
해당 전공의 교과서를 읽으면 왜 좋은가? 난 크게 정리해보면 2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째, 해당 전공자가 밟은 길을 따라 표준적으로 지식을 쌓아나갈 수 있다. 학계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완전히 다른 것을 배워서 학자가 된 것이 아니다. 전부다 해당전공의 기초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깊이 세부전공을 공부해 나갔을 뿐이다. 그리고 연구를 위해 인접 분야의 다른 학문도 익혀서(대표적으로 통계학) 해당 분야의 최전선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해나가는 사람들이다. 따라서 그들의 연구성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그 분야를 개론적으로 알아야 한다. 그래서 교과서를 읽어야 한다. 또한 학자가 아니더라도, 직접 현장에서 발로 뛰는 사람들이라도 해당분야의 기본적 지식을 바탕으로 일을 한다. 따라서 해당분야의 깊이 있는 교양을 쌓고 그 분야 전공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과서를 읽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본다.
둘 째,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사실 첫째 이유와 완벽히 다른 이유는 아니다. 다만 지식 자체의 측면에서 보면 독자의 난이도에 맞는 교과서를 통해, 빠르고 체계적으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또한 논란이 있는 주장(또는 가설)은 없거나 있다고 해도 '의견이 갈린다' 와 같은 표현을 통해 비교적 중립적으로 서술하고 있기에 학계의 시각이나 다른 흐름도 조금씩 볼 수 있다. 이와 반대로 교양서는 너무 깊이가 없고, 논문은 저자에 따라 편향된 서술이 있거나 학계의 전문가가 아니면 논문의 중요성이나 질을 알 수 없다. 심지어 찾아서 보는 것도 교과서를 뒤적이는 것보다 불편하다. 교과서는 편하게 한 권 사면 되지만, 논문을 집에서 편하게 보려면 돈을 일일이 내거나 공짜 논문을 보는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뭐 적다보니 이 책에 대한 서평이 아니라 교과서 찬양론이 되었는데, 아무튼 내가 적고 싶은 말은 진지하게 주식세계를 이해하고 싶다면 이 책을 읽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조금 찾아보니 이 책은 경제, 금융 전공의 대학생들의 교과서로 선택되는 책인 듯 한데, 실제로 이 쪽 전공자 중에 친한 사람이 없어서 이 책이 어떤 평가를 받는지, 실제로 강의에 많이 활용되는지는 잘 모른다(역자 서문을 읽어보면 Investments 라는 교과서가 본래 전공서이고, 이 책은 Investments의 축약판으로 추측된다). 어찌됐든 나름대로 개정을 많이 거쳤으므로 전반적인 이론은 학계에서 표준적인 견해로 서술했을 것이다.
책은 크게 6개의 단원로 나뉘어져 있다.
투자의 구성요소, 포트폴리오 이론, 부채증권(채권), 증권분석, 파생증권시장, 적극적 투자관리 등으로 나누어지는데, 이 중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고 쓸만했던 단원을 꼽으면 2단원인 '포트폴리오 이론' 이었다. 왜 자산배분과 분산투자가 중요한지, 효율적 시장 가설이란 무엇인지 등을 설명한다. 아마 이 부분만 읽어도 투자를 시작하는 개인투자자로서 이 책 지식의 절반은 익힌 것 아닌가 싶다. 두번째로 인상적인 부분은 의외로 파생증권이었는데, 파생상품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기관이 어떻게 파생상품을 이용하는지, '헷지'란 이론적으로 어떻게 만들고 이득이 되는지를 깨달았다. 증권분석부분은 의외로(?) 도움이 안되었는데 아무래도 핵심판(Essential)이다보니 각 지표에 대해 상세한 설명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해도 되도록 이면 꼭 읽어보자. 토빈의 q가 어떤 것인지, 듀퐁시스템이 무엇인지 어디서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을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단원마다 번역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 느껴진다. 어떤 곳은 매끄럽게, 어떤 곳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게 번역되어 있다. 직역을 한 부분도 있고 역주를 달아서 상세하게 설명한 부분도 보인다. 이해하는데 크게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오타도 자주 보였다. 초판도 아니고 해당분야에서 11판이나 나올 정도로 개정이 많이 된 책인데, 이정도 품질을 보며 안타깝게도 한국 지적 문화가 아직 이정도 밖에 안되었을까하는 씁쓸한 생각도 든다(이건 저자의 수준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중요한 서적들의 번역 수준이 정도 밖에 안되는 한국 사회가 안타까울 뿐이다).
마지막으로, 아래는 독후감 작성중 찾아본, 또 도움이 될만한 독후감이다.
기본 투자론 (Zvi Bodie,Alex kane,Alan J.Marcus) 공부 시작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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