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초보자가 주식 투자를 시작하면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 번째, "주식으로 돈 벌 수 있다고? 종목 가르쳐줘!" 라면서 일단 사고 보는 부류. 보통 이런 부류는 딘딘처럼 돈이 화수분이 아닌한 수동적으로 매매하다가 손해만 보고 주식시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 "주식으로 돈 잃을 수 있다고? 일단 공부해보면서 소액으로 해볼게"라는 부류. 보통 이런 부류는 소액 투자하다가 큰 손해는 안 봐도 이득도 별로 못 본채 투자 생활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시장을 떠나는 경우가 많다.
어찌 됐든 시장에서 살아남는 사람은 대개 두 번째 부류가 많은 것 같은데, 적어도 위험을 민감하게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살펴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손해를 봐서 떠나는 게 아니라 공부가 너무 방대하며 그 공부가 성공을 보장하기 힘들기 때문에 떠난다. 그렇다면 공부가 너무 어렵지 않고, 공부 결과 긍정적인 수익률이 난다면 지치지 않고 투자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초반부터 성공한 사람의 경험담 또는 잘 정제된 내용이 있는 자료로 공부하는 것이 좋다.
서론이 길었는데, 나 역시 두번째 부류였고 운이 좋게도 투자를 시작하고 비교적 초반에 이 책과 지은이(나의 서평 링크)를 알게된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와, 그가 쓴 전설로 떠나는 '월가의 영웅'이다.
이 포스팅을 읽는 초보 투자자가 있다면 일단 이 책을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부터 하자. 이 책을 일독했으면 이 포스팅 안 봐도 된다. 뭘 해야 할지 당연히 알 테니 말이다.
1. 생각보다 불리한 환경
그를 간단하게 소개하자.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주식 투자자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인데, 그 이유는 펀드매니저로서 경이로운 수익률(연평균 약 30%)을 13년간 거두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의외로 펀드매니저는 불리하다. 워렌 버핏처럼 자기 투자회사인 것도 아니고, 각종 규제와 보고를 피할 수 없는 투자회사에서 근무하며, 실적 압박을 하는 상사와 주주가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금이 투자자에게서 온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청개구리 같아서 발을 빼야 하는 호경기 끝무렵에는 펀드에 우르르 몰려와 가입해서 주식을 살 수밖에 없도록 하고(의무적으로 매수해야 함), 돈을 퍼부으면 이득이 확실한 불경기에는 오히려 펀드에서 발을 빼면서 주식을 살 수 없도록 한다.
투자자로서 이렇게 불리한 환경에 처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기관투자자보다 개인이 사실 더 잘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규제 있니? 잡무 있니? 투자자금이 불리하게 저절로 변하니? 펀드 매니저도 미래는 사실 잘 모름ㅋ" 이 말에 반박하기가 쉽지 않다. 어차피 기관도 미래 예측은 힘들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업정보'도 사실 우리가 모르는 어느 비밀스런 곳에서 몰래 채광해서 기관투자자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흔하게 널려있다. 우리가 그 정보에 눈을 감고 귀를 닫았기 때문이다. 정보는 언론에도 나오고, 공시도 나오고, 심지어 요즘은 유명 애널리스트들도 유튜브로 쉽게 정보를 가공해서 준다. '너만 알아, 어느 회사가 나중에 이런 거 한다더라'라는 정보는 대개는 쓸데없다고 본다.
아무튼 개인투자자도 할 수 있다.
2. 영상강의는 없는가?
그래서 제일 중요한 건 투자비법이 아니겠는가? 이 포스팅을 작성하기 전에 그가 직접 했던 강연이 있나 해서 유튜브를 보니 그의 책 내용을 거의 요약한 강연이 있다. 한 시간 정도이니, 한 번 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꽤 재치 있는 분이다.
[피터 린치] 실패하지 않는 정석_주식투자 교과서 완결. - YouTube
그리고 퀀트투자로 유명한 강환국 씨가 책 내용을 요약한 영상도 있다.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깔끔하게 정리했으니 잘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256. (초보) 투자의 신, 복리 30% 피터 린치의 비법 (1) - YouTube
3. 그의 투자 방법 요약 - 1부
세부적인 내용은 꼭 책과 강의로 직접 익히기 바란다. 내가 정리한 내용은 맥락이 잘려져 있으므로 오해할 수 있고, 직접 공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한 내용을 크게 3부로 나누어서 정리한다.
- 10루타(10배상승)종목은 소형주에서만 나오진 않는다. 대형주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보통 소형주에서 많이 나온다.
- 제발 우리가 제대로 아는 종목에 투자하자. 그 기업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것을 파는지, 상황이 어떤지 알자. 모르면 투자하지 말자.
- 주식시장은 개인이 필패하는 곳이 아니다. 그리고 10루타 종목을 아주 많이 찾을 필요도 없다. 인생에 몇 번만 찾아도 되고, 이 기회는 준비하고 있는 한 항상 찾아온다.
- 투자는 승률을 높이는 도박과 유사하다. 항상 이길 수는 없지만 확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천재가 이론만으로 이길 수 있는 곳도 아니다. 시장은 투자와 별 상관이 없다. 좋은 기업을 찾아내야 한다.
4. 그의 투자 방법 요약 - 2부
- 기업은 크게 6가지 유형이 있다. 각 유형에 완벽히 해당하진 않는 기업도 있고 항상 특정 유형에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 저성장주 : 성장성이 둔화된 기업으로, 보통 대기업이 많다. 보통 배당을 많이 하므로 배당을 꾸준히 점검하라.
= 고성장주 : 피터 린치가 가장 좋아하는 유형으로 고성장하는 소형 신생 기업이다. 10루타 나올 종목이 많지만 위험성을 잘 인지해야 한다. 대차대조표가 건전하고 사업 확장 속도가 높은 종목을 찾아야 한다.
= 대형우량주 : 연 10~12% 정도 성장하는 대기업으로, 약세장에서 좋은 버팀목이 된다. 보통 30~50% 정도 이득보고 매도한다. 피터 린치는 항상 일부를 들고 있었다. 경기순환주와 헷갈리면 안 된다. 사업다각화를 조심해야 한다.
= 경기순환주 : 경기에 따라 사업의 수축과 확장을 반복한다. 투자 시점이 잘 못되면 망할 수 있으므로 투자자가 해당 업종을 잘 알아야 큰 이득을 얻는 종목들이다. 경기순환이 끝나기 직전에 매도하는 것이 최적이다. 평가하기 아주 까다로운 종목이 많다.
= 회생주 : 파산 가능성을 안고 있는 무성장주이다. 회생에 성공했을 때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망하는 기업도 매우 많다. 회사의 위험성과 재무 상황(얼마나 버틸지), 사업 회복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 회생한 다음 매도하는 것이 좋다.
= 자산주 :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자산이 있는 회사다. 부동산, 특허, 현금, 서비스 가입자 등등 다양하다. 자산상황을 파악해놓고, 기업사냥꾼들이 자산주에 관심을 가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 좋아보이는 종목을 찾았더라도 성급하게 사지 말고 더 신중히 판단해라. 또한 6가지 유형에 속하면서도 특징을 가진 주식들이 많다. 그가 선호/비선호했던 유형은 아래에 있다.
= 선호 : 너무 따분하거나 혐오사업이라 아무도 관심 안 가지는 주식, 분사한 기업, 기관(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이 주목하지 않는 주식, 성장 정체 업종, 해자(틈새)를 가진 주식, 신기술 개발사 말고 그 기술을 사용하여 돈 버는 회사, 내부자/자사주 매입을 하는 회사.
= 비선호 : '제2의~' 라고 불리는 회사, 현재 시장에서 인기 있는 종목, 사업다각화(=사업다악화)하는 회사, 판매처가 소수에 쏠려있는 회사, 이름만 근사한 회사, 매수권유 소문이 퍼진 회사
- 기업의 이익이 가장 중요하다. 터무니 없는 수치 말고 적절한 PER을 가진 회사를 고르고, 동일 업종의 다른 회사와 비교하라. 회사의 미래 이익 예측은 너무 힘들다. 따라서 회사가 세운 계획이 실제로 실현되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회사의 이익 증가 방법은 5가지다(비용절감, 가격 인상, 신규시장 진출, 매출 증대, 적자사업 매각/중단).
- 최종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기 전에 그 기업의 스토리를 2분 정도로 남에게 얘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라. 매수 이유, 회사의 성공 요건과 장애물 등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라. 그리고 주기적으로 스토리를 점검하라.
- 필수는 아니지만, 경쟁사도 인정하는 회사를 매수하거나, 기업에 직접 연락해서 영업상황을 확인하는 것도 좋다.
- 재무제표에서 중요한 것 : 성장률(=세후이익률)>>>>>부채요소(회생주는 중요), 현금흐름(얽매이진 말자), 배당(차라리 고성장주가 좋다)>그 외 것들은 왜곡 여지가 크므로 잘 평가해보자
5. 그의 투자 방법 요약 - 3부
- 몇 종목이 좋은가? : 연구결과 1종목만 나올 수도 있다. 위험분산만을 위한 종목 분산보다 연구결과가 괜찮은 종목을 여러 개 사라. 소규모는 3~10 종목도 좋다. 젊은이는 10루타를 위한 종목에 큰 비중을 둬도 된다. 손실을 입어도 투자 원금만 날리기 때문이다.
- 매도·포트폴리로 리밸런싱은 언제? : 현금은 필요 없고 주식 100%가 좋다. 각 기업의 스토리를 점검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진 종목은 팔고, 매력도가 증가한 종목은 사는 식으로 리밸런싱 하라. 현상유지면 주식수도 유지한다.
- 적당히 올랐다고 매도하지마라! 꽃을 뽑고 잡초에 물 주는 일이다. 종목이 손실을 입었어도 스토리가 유지된다면 보유하라. 마찬가지로 스토리가 악화된다면 주가가 상승했어도 매도하라. 기회를 잡으면 최대한 이익을 취해라.
- 하락장, 대폭락 때가 매수의 절호의 기회다. 그리고 하락장은 항상 찾아온다. 이때 분위기에 휩쓸려서 팔지 마라.
- 그가 생각하는 가장 어리석은 생각들
= 내릴 만큼 내렸으니 더 안 내린다 : 더 내려갈 수 있다. 망할 수 있다.
= 오를 만큼 내렸으니 더 안 내린다 : 더 오를 수 있다ㅋ 주가는 아무도 예측 못하니 스토리가 확실하면 계속 들고 있어라.
= 바닥에서 잡을 수 있다 : 떨어지는 칼을 잡으려는 것과 같은 행동이다. 사업 회생이 확실히 보이고, 재무제표가 개선되는 등의 근거가 있을 때 사라.
= 어차피 동전주 : 한 주 가격은 낮아도, 여러 주 사면 투자총액은 동일하다. 망하면 다 날린다.
= 결국 주가는 회복한다 : 더 내려갈 수 있다. 망할 수 있다.
= 지금 시장이 최악이다 : 더 내려갈 수 있다. 망할 수 있다.
= 내 지정 가격이 되면 팔아야지 / 왜 안 오르나? : 스토리에 확신이 안 서면 팔아라. 확신이 들면 기다려라.
= 공공기관은 안정적이다 : 더 내려갈 수 있다. 망할 수 있다.
= 저 주식, 안 사서 손해다! : 사실 내 손해는 없음. 타인의 이익이랑 비교하지 말자. 자꾸 상대적 손해를 떠올리면 성급하게 결정하게 된다.
= '제2의 ~'를 사자 : 망할 수 있다ㅋ 차라리 원조 기업을 조금 비싸게 사라.
= 주가가 올랐네 or 주가가 내렸네 : 당신이 트레이더가 아니면 단기간의 예측은 의미 없다. 신경 쓰지 말자.
이 책을 읽은 지도 벌써 6개월이 지났다. 다시 그의 말을 정리하며 지난해 투자를 되돌아보니 부끄럽고 후회되는 짓을 왜 이렇게 많이 한 걸까?
나도 역시 평범한 사람 중의 하나인가 보다.
나중에 다시 이 책을 진지하게 읽으면서 놓친 점, 다시 생각할 점, 비판할 점을 고민해봐야겠다.
이제 뇌동매매는 그만하고 2021년에는 이 책에 나온 원칙에 따라 소액으로 개별주를 매매할 계획(링크)이다.
자산의 대부분은 퀀트 투자 포트폴리오(링크)로 운영한다. 궁금한 분들은 링크를 참고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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