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피터 린치의 투자법에 대한 단상

코리안더 2020. 8. 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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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투자를 해보겠다고 한지 몇 개월이 지났다.
일단 몇백만원으로 주식도 사보고(물론 손해를 봤지만), 몇 권의 책을 읽으며 투자 방법을 쌓아나가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이라면 피터 린치의 '월가의 영웅'일 것이다.

서평은 이미 이전에 올렸었고, 피터 린치의 투자법도 요약해서 개인적으로 정리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책을 읽다보면 "이 방법이 지금도 유효할까?"라는 생각도 들고, 네이버 토론 등에서도 "한국시장에서는 안된다"같은 말도 많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한번 정리해봤다.

1. 가치투자의 시대는 갔다.

코로나19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이전처럼 빠르게 돌아갔다. 우리나라에서는 언택트, 바이오 주가 날아다니고 미국에서는 FAANG 같은 회사들이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인터넷 여러군데에서는 눈감고 애플을 사놨더니 대박났다는 말도 있고, 가치투자의 시대가 저물었고 트레이딩만이 남았다고 주장하는 글도 많았다(물론 단편적 주장일 것이다). 가투소 같은 곳에서도 실물경기와 주식시장이 괴리된 상황에 기이함과 회의감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과연 가치투자의 시대가 정말로 지난걸까?
논리적이고도 정량적인 설명은 힘들지만, 기나긴 주식의 역사(곧 주가차트)가 이 현상을 설명할 것이다.
이전에도 증시에 돈이 몰리면서 너도나도 아무 주식이나 사고, 결국 그 주가를 떠받치지 못하며 폭락하는 경우, 불황이 수없이 있었지 않은가. 역사가 항상 똑같은 형태로 반복되진 않지만 우리는 그 흐름을 공부하면서 간접경험과 사회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주식시장도 과거와 항상 같은 형태로 되풀지 되진 않지만 과거의 수많은 투기현장을 떠올려본다면 아무 주식이나 사도 주가가 오르는 이 현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물론 과거와 지금은 다르므로 원인도, 과정도 달라지겠지만 기업의 존속이유가 이윤창출이고 이윤이 제대로 창출되지 않는 기업이 오래가지는 않다는 건 모두 알고 있다. 현명한 투자자, 따라가는 사람, 투기자에 의해 주가가 회사의 경영상황보다 앞서나갈 수는 있지만 언제까지 지속되지는 않는다.
코로나19의 종료와 이 사건으로 인해 바뀐 주식시장의 상황이 어떻게 끝날지 예측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마치 태풍이 휩쓸고 간 뒤 처럼 이전과 비슷하게 평온하면서도 분주하고, 시끄러운 그 시장으로 돌아가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의 이해하기 힘든 일시적버블 상황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지만, 다시 시장이 정리되고 조금 어두워지면 가치투자가 더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다.

2. 미국시장은 우상향하니까 장기투자가 되지만, 한국시장은 안된다.

유튜브에서 경제쪽으로 나름 인기있는 전인구씨(본명인지는 모르겠다)의 영상을 한번 보자.

youtu.be/1MRnwhktbVY

10년전과 지금의 시가총액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이 영상만 봐서는 역시 한국 시장은 안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youtu.be/r_ManunWo8U

미국도 마찬가지다. 한국보다는 좀 낫겠지만...

영상내용을 정리해보면, 10여년 전 1위 기업이었던 엑손모빌이 가라앉고 구글이나 MS 같은 소위 말하는 기술주가 전면 약진 하는데 미국시장도 한국처럼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top10 뿐 아니라 한 30위까지 생각해보면 얼마나 많이 바뀌었겠는가? 물론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바뀔지, 또 아무도 알 수 없다. 애플과 구글이 그 때까지 잘 살아남을지,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갈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테슬라 주가가 이렇게 오를지 아무도 예측 못했을텐데.

한국이든 미국이든 기본적으로 주식을 사놓고 10년동안 쳐다보지도 않는건 너무 위험하다.
주식시장을 몇 개월 안보는 것 정도로는 시장이나 기업의 역량이 극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물론 크게 변하는 경우가 있긴하다). 그러나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몇년동안 내가 산 기업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확인해보지 않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다. 만약 최대주주가 이러면 배임혐의다. 또한 미래가 어떻게 될지 분석도 하지 않고 떨어진 주식이 언젠가는 오를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기우제를 지내봤자 변하는 것은 없다. 

기업분석을 통해 해당 회사가 성장가능성이 있다면 투자를 해야 한다. 그리고 피터 린치의 말대로 주기적으로 기업의 '스토리'를 점검하며 상황을 잘 살펴봐야한다. 기업의 미래가 어두워졌다면 매도를, 더 밝아진다면 추가 매수를 하면 된다.

3. 그럼에도, 미국시장이라서 투자에 유리한 점이 있다.

말그대로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피터 린치(또는 미국의 많은 성공한 투자자)의 성공에는 미국 시장이라는 장점이 일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미국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
첫째로 내수시장 규모가 크다. 3억이 넘는 인구는 기껏해야 5천만 정도 밖에 안되는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 6배 정도 더 큰 시장이니 사업이 번창했을 때 이윤의 규모도 한국에서의 성공과 큰 차이가 있다. 물론 시장이 크니 기업의 성공가능성(=투자 성공율)도 다르겠지만, 어차피 기업을 분석하는 과정 자체가 성공가능성을 평가하는 과정이다. 적절히 평가했을 때, 따라오는 투자 성공의 규모도 6배가 더 큰 것이다.
두번째로 문화, 경제, 정치적으로 선도하는 국가다. 지금이야 세계화도 더 진전되고 K팝도 유명해져서 해외 진출이 쉽지만, 멜론에서 1위한다고 세계 음악계에서도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빌보드에서 1위를 했다면 그 곡의 우수성은 둘째치고, 미국에서 유행하기 때문에 전세계에서 유행할 가능성이 크다. 음악 뿐만 아니라 패션이든 자동차산업이든 음식이든 다 비슷하다. 미국이 여러면에서 선도하는 국가이므로 다른 나라에서의 수요도 자동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즉, '미국산'이라는 유명세 덕분에 전세계로의 수출이 수월하다.
세번째로 주식시장이 활성화되어 있다. 이건 더 많은 증거가 필요하겠지만, 주식시장 자체가 큰만큼, 성공했을 때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또한 가장 선도적인 자본주의 국가이므로 많은 투자자와 투기자, 분석가가 있어서 더 많은 정보가 있을 것이다. 물론 쓰레기 정보도 많겠지만 좋은 정보를 잘 선별하는 지혜만 있다면 이걸 바탕으로 더 크게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주식을 요약하면 성장가능성이 매우 크면서도 남들은 잘 모르고, 심지어 투자회사에서도 주목하지 않는 회사다. 책에서 자주 인용했던 사례가 바로 타코벨이었는데, 정확히 비슷한 사례 아니겠는가? 대전시나 광주시에서 떡볶이로 1등한다고해서 이 나라에서 1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을 모두 떡볶이로 제패해도, 시장이 작아서 세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는 크게 성공한 편은 아닐 것이다. 수출길은 더 어렵다. 전세계인이 떡볶이로 열광한다면 성공하겠지만... 그에 비해 미국에서 1등 프랜차이즈가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말 안해도 될 것이다.

4. 한국시장에도 기회는 있을 것이다.

3번 의견을 정리하다보니, '한국은 안된다'라는 생각을 할 수는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한국시장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국내시장규모가 미국에 비해서 작단거지, 내 가용재산에 비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큰 시장이다. 여기서만 좋은 투자로 잘 주워먹어도(?) 된다. 그렇게 대성할 기업을 고르지 않아도 된다. 피터린치의 10루타보다는 작지만, 오히려 조금 소박하게 3루타를 목표로 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전재산 3루타만 3번쳐도 2700%다. 5천만원이 13억5천이 된다. 이렇게 적어보니 이것도 정말 큰 성공이다.
또한 세계화의 영향으로 생각보다 세계로 나아가는 장벽이 낮아졌다. 세계로 나아가는 장벽이 낮아졌으니 충분히 경쟁력있는 기업이라면, 세계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Made in USA 라는 프리미엄이 없는 것 뿐... 그리고 우리가 미국 기업을 실사할 수는 없지만, 한국 기업은 찾아가기도 쉽고,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은가? 한국인으로 태어난 이상, 모국을 바꿀 수는 없을테고 한국인으로 투자하는 이상, 물건너 외국어로 적인 공시자료만으로 미국기업을 판단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입체적으로 한국기업을 분석할 수 있다.
대신 내수시장 규모가 작으니까 회사가 성장하려면 수출에 많은 관심을 두어야 한다. 투자자인 우리도 세계상황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피터 린치같은 미국인이 미국 안에서의 동네 규모 회사만 잘 조사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면 우린 수출에 영향을 주는 요소도 신경써야 하는 패널티가 있긴하다. 이게 큰 요소인지는 업종마다 다르므로 여기서 말할 수는 없겠다.

 

요약 : 피터린치식 투자(?)를 하더라도 아직 한국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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