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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팩터

코리안더 2020. 7. 7.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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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팩터

김영준 지음

스마트북스

 

 

대학교에 다닐 때, 기술창업에 관심을 가져본 적 있었다. 그런데 그때는 '기술창업... 좋겠다' 수준으로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뭐라도 해볼걸, 그런 후회도 조금은 든다. 아무튼 정부에서도, 시장에서도 스타트업 열기가 뜨거웠는데 스마트폰 생태계가 계속 성장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조금이라도 젊을 때 뭐라도 해보는 게 경험이 됐을 성싶다.

그런데 무슨 창업을 하는게 좋을까? 내 전공은 공학과는 거리가 멀다 보니 그때 유행한 기술창업을 하려면 한창 다른 분야를 더 공부해야 할 테고, 그럼 공부만 더 하다가 끝났을 수도 있겠다. 남은 건 음식점처럼 남들도 쉽게 해 볼 만한 분야다. 음식점 창업 같은 건 아마도 '젊은 시절' 경험으로만 끝났을 듯하다.

결국 창업은 내 사업을 하는 것이고, 젊을 적 창업일수록 대성공을 바라는 건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성공할 수 있을까? 창업에 관심을 가지니 자연스럽게 사업가의 성공담에 관심을 가졌는데, 원래 금수저라서 성공한 사람도 있었고, 역경을 뚫고 엄청난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 별 이유는 없어 보이는데 그냥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 정말 다양했다. 그리고 나는 마치 학업 공부와 동일하게 "노력만이 살길이다"라고 결론 내렸다.

시간이 지나 군대에 있을 때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재미있게 보며, 내가 지나가면서 보던 많은 식당은 별 문제없어 보였는데, 알고 보니 주방 뒤에서는 저런 문제들이 있었구나, 생각하곤 했다. 이런 문제는 비단 음식점에만 있는 것은 아닐 테고, 제조업이든 IT분야든 각각 처한 문제를 해결해야 비즈니스가 성공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각 기업의 성공사례를 모아놓았길래 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읽었다. 특히 버블티로 유명한 공차와 전지현 광고로 귀에 박힌 마켓컬리의 성공담이 눈에 띄어서 시간 나면 항상 읽어야겠다고 벼르고 있었다. 막상 읽어보니 저자의 재치 있고 깔끔한 필력에 단숨에 다 읽었다.

책을 덮고 생각해보니 이 책은 성공사례집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하면 속은 것이라고 과감하게 말하고 싶다. 물론 긍정적인 의미로 속은 것이다.

저자는 노력의 중요성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흔히 '운'이라고 말하는 현재와 미래의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신자유주의 열풍 이후에 불어닥친 노력만능론에 대해 '사실 이 기업들이 성공한 이유는 노력만이 아니란다'라고 친절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 역시도 어느 정도 노력만능론자였기에, 저자의 논리 전개에 감탄하며 책을 읽었다. 그렇다. 난 우리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무시하고 있었다. 

어쩌면 다행이었다. 젊을 때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창업을 안 해서 내 소중한 청춘을 무모한 도전으로 몰아가진 않았으니... 아무튼 이 책을 통해 노력만이 성공의 열쇠가 아니라, 노력도 성공의 한 가지 요소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책의 난이도는 어렵지 않다. 아마 중학생이 읽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깔끔하게 써져 있다. 책 자체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1. 우리가 흔히 접하는 기업들의 성공사례는 너무 단순화되었거나 기업인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왜곡된 경우가 많다.

2. 우리 인생뿐 아니라 비즈니스의 성공은 운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를 무시하고 '노력'을 성공의 중요한 요소(single factor, 싱글 팩터)로 보고 있다.

3.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노력은 기본이고, 여러 요소(multi factor, 멀티 팩터)가 관여하는 운(불확실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4.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는(성공 예측도 확률로 말할 수밖에 없다) 자기에게 주어진 각종 자원을 활용하여 불확실성을 줄이고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거칠지만 가장 간단히 표현하자면 "성공은 멀티팩터고, 비즈니스란 우위의 총력전이다"이다.

 

이 책을 보고 나서 창업과 성공이 정말 쉬운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젊을 때 창업해야 성공한다는 말은 반만 맞는 이야기다. 나이에 상관없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될 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생만 할 뿐이다.

음식점 창업이든, 기술 창업이든, 하다못해 불쌍한 사장님의 미래를 예측하려는 알바생이든, 비즈니스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사람은 한나절 시간을 들여서 이 책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다.

아래는 작가(김영준 님)의 블로그다. 읽어볼 내용이 많다.

https://blog.naver.com/breit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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