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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고 훈련소 갔다온 후기1 : 전반

코리안더 2019. 8. 8.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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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30다 되서 군대에 갔다가 왔다. 사실 전역한 건 아니지만, 다음 주 쯤이면 말년휴가고 전역까지 계속 나가있으니 사실상 전역인 느낌이다. 아마 자대에서의 생활은 전역하고 나서 써야겠지만, 아주 초반 이야기는 지금 하나 그 때 하나 별 관련이 없을 것 같다.

 

이 내용은 내 개인적인 회고인 동시에 나이먹고 군대 갈 사람들에게 주는 팁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난 2018년 1월에 논산의 육군 훈련소 현역으로 입대를 했다.

 

그 해 겨울 눈이 굉장히 많이 오고 추위도 엄청났는데 굳이 훈련소라서 그런건 아니고...그냥 그 해가 추운 때였다.

가지고 간 짐은 아주 조금만 들고 갔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주머니에 여비랑 휴대폰, 바셀린 볼펜이랑 플래시펜 네임펜 같은 걸 들고갔던 것 같다. 어차피 군대에서 어지간한 건 주겠지...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의무병으로 주특기를 미리 받고 육군 훈련소로 혼자 갔는데 논산역에서 내려서 가니 정말 엄청난 인파가 있었다. 거의다 친구들과 함께 오거나, 부모님과 함께온 사람들이었다. 지정된 시간에 대략 맞추니 오늘 입대자들 오라고 해서 흐름을 따라 갔다. 모퉁이를 좀 도니까 운동장에서 서울, 경기, 대구, 부산, 제주 등 각 지방 병무청 별로 분류를 했었다. 어라? 난 TV나온 것처럼 입대식 같은 행사라도 할 줄 알았는데..? 조교들은 그런거 없다는 듯이 그냥 줄세우기 안내만 계속 진행했다. 

 

난 대구에서 신검받고 서울에서 생활해서...어디로 가야하냐고 조교(같아 보이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사람들마다 말이 다 달랐다. 그래서 일단 서울에 섰는데, 아마 그게 중요하진 않은 것 같았다. 어느지방은 어디랑 뭉쳐서 서울이랑 비슷하게 인원을 맞추고, 상무대는 어디로 넣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대략적인 인원 구성을 하는 느낌이었다. 그 후 지역별로 인원이 비슷해지니 계속 줄을 세우고 '앉으면서 번호!'를 하면서 인원을 셌는데...그 땐 몰랐다. 바로 옆에 있던 그 사람들이 훈련소 동기들이 될 것 이라는 것을... 만약에 친구랑 같이 간다면 아무튼 붙어서 줄 서면 같이 5주간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줄도 제대로 못 서는 애들이 꼭 있어서 앞으로 뒤로 조금씩 밀리긴 한다) 오후에 그렇게 계속 줄을 서고 모병 따로 징병 따로 인원을 조정하고, 지금버티기힘든사람(?) 집에갈사람 조사하고 이리저리보니 한 중대와 소대가 완성되었다. 그리고 줄세우기를 끝나자 바로 앞에 보이는 낮은 건물로 들어갔다. 

 

나중에 알고보니 거기가 입영심사대였다. 입영심사대의 역할은, 본격적인 훈련소 생활 전에 이 인간이 제대로 군생활 할 지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곳이었다. 며칠에 걸쳐서 검사 같은것만 한다. 어쨌든 입영심사대에 들어가니 진짜 군대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TV에서나 보던 침상형 생활관이었는데 거기에 열 명정도 들어가서 각자 짐 풀고, 자기소개서(?) 작성, 소지품 검사, 간단한 도구 배분 등등등 엄청나게 많은 잡일을 했다. 그 후 저녁시간, 첫 저녁이라도 대인원이니 인원들을 뽑아서 배식, 설거지 등을 하고 돌아갔는데 정말 고달팠다. 엄청 춥고, 비도 오고(우산은 못 쓴다! 대신 낡은 판초) 인원이 많아서 밥도 적고, 시끄럽고 분위기는 경직되고...지금 생각하니 별것 아닌 것 같았지만, 입대 첫날이라는 그 압박감에서 밥을 푹푹 퍼 먹으며 활기차게 생활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다.

 

입영심사대에서 대략 3일정도 지내면서 각종 신체검사와 보급품 수령(진짜 많다) 같은 일을 했는데 아마 이 때가 가장 힘든 것 같다. 사실 훈련소 중후반에는 친구도 생기고, 나름 익숙해지지만, 이 때는 다들 모르는 사이+각종 일정+잡무 같은 걸로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엄청 추웠지만 침상형 생활관의 난방이 아주 좋아서 추운 줄 몰랐다. 추위 걱정은 안해도 된다. 그리고 보급품 받으면 네임펜으로 꼭 이름을 쓰자. 난 매직하나 들고갔는데, 보급도 나오긴 한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하나쯤 가져가자.

 

입영심사대의 일정이 끝나면, 아침부터 의류대를 싸고 진짜 논산의 육군훈련소로 간다. 내 기억에 거리가 그리 멀진 않았던 것 같은데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며 행군(?)을 했다. 난 운이 없게(?)도 시설이 가장 안좋다는 30연대에 들어갔는데, 시설이 정말 낡았다. 한 겨울에 아직도 따뜻한 물이 안나오는 곳이었다. 다행인 건 시설이 안좋은 만큼 정말 좋은 교육자(실제로 조교라고 하지는 않는다. 분대장이라고..)들을 만나서 훈련병들을 매우 잘 대우해주었다. 물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 때 분대장과 소대장들은 다 착했다...

 

30연대는 시설이 정말 최악인데, 나중에 자대배치 받고 나니 28연대 나온애들도 안좋다고 하고, 다른 연대의 어떤 애들은 좋은 막사에서 생활했다는 걸 보면 완전히 운인 것 같다. 훈련소 시설이 안좋은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더 챙겨갈 건 없는 것 같다. 만약에 다시 가라면 보습력좋은 아주 기초적인 로션 정도만 들고가도 될 듯 하다. 의류는 어차피 다 반납해야하고, 유리병이나 거울같은 것도 사치다. 먹을 것도 숨겨두기도 뭐하다.

 

 

그냥 로션+필기구몇개+튼튼한 시계+우표랑편지봉투 정도? 우표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정리하면, '입영심사대는 엄청 긴장되서 힘들더라. 그리고 입교식 같은 건 없었다.' 정도.

이제 본격적인 훈련소의 경험은 다음 글에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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