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로스쿨을 주장하다 - 김창록 지음

코리안더 2015. 10. 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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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을 주장하다

김창록 지음

문예원

 

로스쿨 제도에 대해서 조사하려고 얼마 전에 읽은 책이다. 사실 요즘 언론을 통해서 나오는 로스쿨과 사법시험 논란은 언뜻 보면 사법시험 존치 쪽이 압도적인 것처럼 보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로스쿨을 한국에 도입했고, 무엇이 그렇게 큰 논란을 일으키는지 알아보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찾던 중 나온 책인데, 대학교 교수인 저자가 쓴 기고문들을 모아서 정리한 책이다. 그러다보니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유기적인 구성이라기보다는 시간 순서에 따라 어떤 것이 이슈가 되었는지 알기가 쉽다.

그래서 우리가 평소에 법조계에 속하지 않고는 모르던, 살면서 놓치기 쉬웠던 풍토라든가 법학전문대학원의 설립 목표 등이 챕터별로 정리되어있다. 특히 로스쿨 도입 논의는 단순히 학문적이거나 정책적인 이야기가 아니고 현실적으로 정치적인 관계가 걸려있다보니 각각의 단체가 어떠한 태도를 취했는지, 그리고 그러한 태도를 취한 이유나 변화 등을 깔끔하게 잘 적어놓아서 이해하는데 꽤나 도움이 되었다.

또한 일반인들끼리 이야기할 때는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법시험 제도’를 없애고 돈은 많이 들지만 실력은 없는 법조인을 양산한다는 로스쿨이라는 주장이 자주 나오는데, 그 주장이 왜 틀렸는지 다양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고졸 출신은 사법시험으로 법조계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사실 그런 방법으로 들어간 사람이 0.1%정도도 안 된다는 통계적 자료나, 돈이 없는 서민층은 오히려 로스쿨 제도가 사법시험에 비해서 더 좋은 제도라는 것 등이 다양한 자료로 등장한다. 사실 이런 정책적인 이야기는 분명하고 정량적인 근거가 필요한데 그런 점에서 인터넷 여러 곳의 댓글들에서 나오는 단편적인 사례에 기반한 주장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이런 데이터들이 인터넷 상에서 좀 더 많이 나오고, 그것에 기반하여 더 건설적인 토론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또한 이 책의 저자는 일본법학계 연구가 본 분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분야에 대해 굉장히 자세하게 연구한 결과를 책에 실었다. 일본의 로스쿨제도는 우리보다 늦게 논의를 시작했지만, 먼저 개원(?)했다는 점에서 좋은 선례가 많이 있을텐데 이 책에서는 그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사실 나는 스터디 때문에 일본 사법제도 개혁 사례는 거의 제대로 읽지 않고 초중반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어서 뒷부분은 어떤지 모른다.).

만약에 로스쿨 제도나 사법시험 제도 자체를 좀 더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한명의 저자가 쓴 책이다 보니 주장이 한쪽 면 만을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 말은 ‘무조건 주장만 한다’거나 왜곡한다는 의미가 아니고, 나중에 더 이야기할 책인 ‘로스쿨과 법학교육’에 비해서 ‘로스쿨제도를 왜 시행해야만 하는가’라는 단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이야기하는 듯 한 느낌을 준다. 그에 비해서 ‘로스쿨과 법학교육’은 로스쿨 제도의 목표, 교육과정, 도입 후 변호사들의 진로나 법조계의 문제점들을 개괄적으로 훑어냈다는 점에서 또 다른 면을 보여주었다(또한 저자도 여러 명이라서 읽는 재미도 꽤나 있었다.).

만약 이 책을 읽는다면 ‘로스쿨과 법학교육’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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