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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 - 함익병, 옥지윤 지음

코리안더 2015. 9. 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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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에 헛돈 쓰지 마라

 

함익병, 옥지윤 지음

 

중앙북스

 

강남 교보문고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인터넷에서 '함익병'이라는 의사를 들어본 적이 있는터라 별 생각없이 그냥 다 읽었다.

사실 그 자리에서 다 꼼꼼히 다 읽은 건 아니고 빠른 속도로 필요한 부분만(약 2/3정도?) 읽고, 괜찮은 책이다 싶어서 며칠 후에 다시 도서관에서 빌렸다.

옥지윤 씨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화장품 업계에서 나름대로 유명한 분인 것 같았다.

책은 의사 함익병 씨를 옥지윤 씨가 인터뷰하여, 정리한 것이다.

책에서 강조하는 내용은 별로 새로울 건 없다. 사실 누구나 알 만한 이야기들이다. 잠 잘자고, 잘 먹고, 스트레스 받지마라. 근데 그게 쉬운가? 그러니까 다들 화장품, 피부과에 돈을 들이고 시간을 쓰는 것 아니겠는가? 근데 뒤집어보면, 오히려 이 원칙이 가장 중요한데, 거기서 자꾸 벗어나서 쓸데 없는데 돈을 많이 쓰는게 문제일 것이다.

사실 시간과 돈은 아주아주 많이 쓰면 피부가 확실히 좋아지는 듯하다. 책 내용에서도 군데군데 그런식으로 넌지시 암시한다. 다만 그런게 아주 희귀한 화장품, 이상한 세안법 같은 게 아니라 그냥 피부과에 가서 비싼 시술 받고 약 먹어라, 그런 걸 의미하는 듯하다. 어쨌든 이 책에서는 그 방법마저 '가성비'를 따져보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한다. 가성비도 따져서 피부를 관리하라! 사실 돈도 정말 무시 못 하는 요소니까 이 책의 말이 정말 맞는 말이겠지.

 

챕터는 크게 4개로, 처음에는 피부에 대한 기본 이야기, 그 다음엔 우리가 잘 못 알고 있었던 오류 이야기, 셋 째로는 몇몇 피부질환에 관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건강한 피부를 만들기 위한 팁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가 강조하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1. 피부 특성은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누구는 아무리 몸을 혹사해도 여드름 하나 안나는데, 그건 타고난 것이다. 100명 중에서 1등 할 필요는 없고, 그저 '상위권'에 속하면 된다. 1등은 못할 수도 있다는 건 그냥 받아들이되, 나름대로 잘 가꾸어라. 그렇다면 잘 가꾸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충분한 수면, 영양가 좋은 규칙적인 정량 식사, 스트레스 안받기 이렇게 3가지면 된다고 한다. 또한 지성피부가 무조건 안 좋은 게 아니라, 그 나름대로도 장점(항자외선, 벌레기피 등)이 많은 피부다. 여드름 안나는 피부가 좋은 건 아니다. 건강한 피부가 되어라.

2. 음식은 여드름과 큰 관계가 없다. 먹는 걸로 스트레스 받지 마라. 그럼 더 안좋아 진다. 대신 정량을, 규칙적으로 영양가 있게 잘 먹어라. 또한 피부는 굉장한 방어 기관이므로 이상한 화장품에 현혹될 필요 없다.

3. 여드름도 유전이다. 그래도 잘 관리하고, 인터넷을 너무 믿지 말고 피부과로 가라. 여드름 치료는 바르고, 먹는 약으로 먼저 시작을 하고 흉터는 여드름이 다 사라진 뒤에 생각을 하자. 화장품이 모공을 여드름을 악화시킨다는 이야기는 별 근거가 없다.

이외에도 블랙헤드, 기미, 점, 알러지성 피부염, 안면홍조 등의 이야기가 많은데 생략...

4. 세안 시간은 너무 오래할 필요 없고, 딱 5분이면 된다. 더 오래하면 피부만 안 좋아진다. 각질 역시 피부의 중요한 방어 기관이므로 굳이 제거할 필요 없다. 여드름이 많은 사람이라도 대부분의 경우, 제거할 필요가 없다. 대신 자외선 차단제는 꼭 바르고 숙면과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라. 또한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피부과 의사에게 달려가자.

 

사실 대부분은 다 아는 내용이 아닌가? 그리고 내 피부에도 조금 자신감을 가져도 될 듯하다. 여드름도 많고 흉터도 많지만, 지성피부가 나쁜건가? 그리고 지금 내 피부가 안 좋은 건 그저 스트레스 때문인데! 피부에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대신에 다른 일들에 더 관심을 가지고 부지런히 살아야겠다.

 

책은 굉장히 쉽고 직설적으로 씌여져 있어서 읽기 편했는데 한가지 아쉬운 점은 바로 그 점이었다. 의사 함익병 씨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곡된 피부지식을 가지고 있어서 그것을 깨기 위해서 꽤나 격정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인 것 같은데 그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는 모습도 정말 존경할 만 하고, 지식을 나누어준다는 점에서 고마워 할 일이다. 다만 그의 다른 모습들이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독재 찬양', '성차별 발언', '의료 민영화' 등등 논란이 될만한 발언을 많이 했다. 그래서 잘 읽어보니 사실 대부분의 경우 우리나라 기성세대가 일반적으로 많이 가질 만한 그런 발언을 나름대로 근거를 대면서 이야기한 것이었다. 그런것들은 정치적 견해차이니까 대부분 인정을 해주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다만 내가 안타까웠던 것은 그가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그건 대부분의 경우 가치의 문제이므로 시비는 나중에 생각해보아야 할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는 사람들이 자기의 전문 영역을 벗어난 지점에서는 큰 성찰 없이 너무나 쉽게 이야기를 하고, 또 그 내용들을 별 고민 없이 당연하게 내가 맞다고 고수하는 태도였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정말 뿌리 깊은 암기식 교육, 그리고 수월성 교육에서 비롯된 계층간 공감부재가 문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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