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의 배신
김경준 지음
(주)비비케이북스
사실 이 책을 읽은 건 다소 충동적인 이유에서였다.
이 링크에 올라와 있는 글을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얼마전에 읽었는데, 너무나 맛깔나게 적혀있어서 책에 관심이 생겼다. 마침 학교 도서관에 검색을 해보니 있길래 다음날 가서 재빨리 빌려서 읽었다. 확실히 흥미로운 책이었다.
일단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위의 글의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다. 다만 책에서는 MB의 사업이 어떤 구조였는지, 그리고 실제로 자신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왜 스스로가 결백한지)를 훨씬 더 상세하게 얘기해주고 있다.
이 책은 몇 가지 점에서 나에게 엄청난 감동(?)을 주었는데, 첫째, BBK사건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BBK 사건은 대략 2007년 쯤, 대선을 전후해서 크게 터진 사건으로 알고있었는데 그 때 나는 아직 성인이 아니었으므로 크게 관심이 없었다. 다만 그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면 분명히 가카(?)는 냄새가 나는데 대통령에 당선이 되었고, 그 사건 역시 그냥 묻혀버렸다는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2011년 쯤, 팟캐스트 방송을 들었는데 그 유명한 '나는 꼼수다'에서 BBK사건에 대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면서 그 단어가 다시 내 머릿 속에 각인이 되었다. 사실 그 때도 BBK사건에 별 관심이 없었고 팟캐스트를 들을 때는 '음, 그런가보군...'이러면서 이해하는 정도로만 들었다. 들으면서 지식을 명확하게 정리를 한 건 아니었다. 사실 이번에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그 사건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설명을 하라고 하면 제대로 못 할 것 같다. 가령 그 사건의 진행이 어떻게 되었고, 관계자들은 누구였는지...등등은 잘 모르겠다. 다만 회사들이 몇 개가 있었는데, 그 회사들이 이런 역할을 한다, 근데 어떤 문제가 생겼고 결국 어떻게 되었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어쨌든 그의 책을 읽다보면 그가 단순히 생활고로 범죄를 저질렀다거나 범죄전력이 화려한 인물은 아닌 것 같았다(물론 자기가 썼으니 의도적으로 지운걸지도...). 그런 인물이 그 시절 가카와의 '캐삭빵'이라고 할 수 있었던 BBK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옥중에서 쓴 글이니, 적어도 자기가 불리한 걸 가릴지언정 완전히 말도 안되는 것을 주장하지는 않을 듯한 느낌이 들었다. BBK사건은 어쩌면 그 시절 법리만으로 판결이 난게 아니라 대선으로 인해 정치적인 고려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주식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경제학이나 회계에 밝은 사람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이 사건과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어떠한 의미인지 100%이해하지는 못하겠다. 또한 사건의 당사자라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일말의 진실로나마 판단을 하겠지만 그것도 아니니...언젠가 새로운 진실들이 밝혀지면 알 수 있을까? 확신은 못하겠다. 다만 분명한 건 아직 끝나진 않았는 것 같다.
둘째, 사기를 치든 뭘하든, 일단 잘나야 한다(?). 처음 BBK사건, 주가조작 사기꾼, 이런 말을 들으면 괜히 그 사람은 실력은 못난데 항상 다른 무리들과 잘못된 방법으로 못된 짓만 하는,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얌체같은 인물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실제로 나 말고도 다른 대다수의 국민들도 신문을 통해서 그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는 너무나 뛰어난 사람이었다! 제 3자인 난 증명할 방법이 없으므로 물론 모든 것이 그의 허언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의 주변인물이나, 하다못해 그의 적들조차 그 과거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 말은 즉 그의 어린시절, 청년시절은 사실이 아닌가 한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부패(?)해버렸을 수도 있지만...적어도 청년시절의 그는 정말 대단한 인물인 것 같다. 한국인이지만 그것을 넘어서 아시아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미국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살아온 것은 정말 대단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그런 투쟁의 삶을 넘어서서 사회적으로는 정말 성공한 직업을 가졌다는 것도 부럽다. 다만 그의 한국에서의 생활부터는 책에서 다소 흐리게 적혀있어서 정확한 생활을 알 수는 없었지만 미국에서 엘리트로 성공한 '젊은 김경준'은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또한 내 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정말 우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정말 뛰어난 사람들도 많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렇지만 어차피 다 같은 사람인데, 물론 나는 조금 늦게 출발하긴 했지만 적어도 지금부터라도 노력을 한다면, 기회를 잡는다면 조금이나마 그사람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정도의 능력이 되야 좋은 짓이든 나쁜 짓이든 할 수 있다는 걸 보고, 나도 참 잘 살아야겠다하는 생각도 들었다. 적어도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인 인물들이 성공해서 자리를 차지하기 전에 (내가 아니더라도)그 자리를 제대로 사용할만한 인물이 그 자리에 있어야하므로...)
이렇게 감상문을 쓰는 중간중간에 그의 누나 에리카 김, BBK사건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봤는데 잔뜩 편향된 글들도 좀 있긴 하지만, 마치 길에 떨어진 퍼즐 한조각처럼 조금 흥미로운 글들도 의외로 찾아볼 수 있었다. 아직 끝난 사건은 아니지만, 언젠가 언론인들이 좀 더 잘 정리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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