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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연애는 없다 - 박진진, 김현철 지음

코리안더 2015. 5. 20.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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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울지 않는 연애는 없다

 

박진진, 김현철 지음

 

애플북스

 

 

솔직히 말하자면 사랑에 너무 힘들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내 기억엔 서민 교수의 서평집 <집나간 책>에 소개가 되어 있길래 그 예전에 팟캐스트에 나오셨던 김현철 선생님이 맞나 싶어서 빌리게 되었다. 발랄하고 영악한 연애 자기계발서와는 다르게, 역시 심리학쪽에서 나온 이 책도 조금은 무게감이 있는 이야기들이 씌여 있다. 특히 김현철 선생님께서 쓰신 부분은 전형적인 심리학 서적의 느낌이 났다. 물론 나쁘다는 말은 아닌데, 칼럼니스트인 박진진씨의 칼럼과 함께 좋은 균형을 맞추고 있었다.

표지부터 조금은 울적한 이 책은, 연애를 하면서 한 번 쯤 생각해 보았을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내가 타인이 아니고서야, 다른 사람들의 연애사와 어릴 적 과거, 그리고 생각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다들 정말 이런 고민을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여러 가지 상황, 예를 들면 애정 결핍, 끝 없는 외로움, 이성에 대한 실망, 믿음 부족 등은 어쩌면 이렇게 내 과거의 연애, 그리고 현재의 상황, 또한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미래의 상황을 잘 그려주고 있었다. 몇장을 읽으면서 덮고 다시 과거의 그 사람들에게, 지금의 내 자신에게 참 많은 말을 했다. 물론 그사람들에게 전달이 되진 않았겠지만... 이제는 그 때의 그 기억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은 정말 많은 일들이 얽히고 설킨다. 때로는 전혀 상관 없다고 넘어갔던 일들이 다시 내게 영향을 미치고, 그렇게 중요하다고 꼭 붙잡았던 것들이 사실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었다는것을 깨닫을 건 언제였을까? 아마 귀로 넘겨들은 건 아주 오래되었지만, 그걸 몸소 느낀적은 몇 년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가 다시 삶이 바쁘고 잊어먹고, 힘들 때면 다시 떠오르고를 반복 했는데, 연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사실 인생에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정말 중요한 삶의 일부긴 한데, 의외로 쓸데 없는 연애(?)인 것 같을 때가 있으면서도 돌이켜보면 내게 큰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 사람들이 고맙다. 정말 고마웠다고, 다시 그 때가 되면 그렇게는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혼자서 생각은 했지만 이제는 엇갈린 인생들이니 다신 그 말을 전해주진 못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 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지나친 자아는 스스로를 파먹겠지만, 나에게는 '나'라는 존재가 없고, 혼자서도 행복을 잘 느끼질 못 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마음의 벽은 높은데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도 별로 없으니 이렇게 외로움도 더 잘타는 건 아닐까? 자존감이 없다. 지금 나는 내가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어떻게 해야할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다시 내 문제를 내가 깨달았다는 것 만으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느낌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참 힘들구나.

자존감의 상실, 열등감, 시기심, 마음의 벽, 소외감...난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왜 갑자기이렇게 된걸까? 난 사랑받으면서 살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생각이 많아졌다. 가슴이 아파졌다. 책이 안 좋아서 그런건 아니다. 정말 좋은 책이다. 오히려 내 생각이 더 깊어졌다고나 할까? 지금은 시기가 너무나 우울해서 그렇지, 언젠가 다시 일어선다면 그 땐 이 책을 좀 더 경쾌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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