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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수영을 더 잘하고 싶다면, 수영 아나토미 - 이안 맥클라우드 지음

코리안더 2023. 4. 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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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아나토미(Swimming Anatomy)

이안 맥클라우드 지음
오재근·육현철·이종하·최세환·한규조 옮김

푸른솔

 

수영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공부하려고 선택한 책 중 한 권이었다. 특별히 추천을 받진 않고 알라딘 서점에서 검색했을  때 상위권에 있어서 구매했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만족한 책이다. 해부학이라는 꽤나 깊이 있는 내용이 주제이기도 하고, 수영 기술에 관한 직접적인 언급이 많은 편은 아니라서 아무나 쉽게 읽을만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아마추어라도 수영을 좀 해보고 실력을 좀 더 향상하고 싶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이 책은 조금 어려웠지만 읽는 내내 뿌듯하고 재미있었다. 그 이유를 몇 가지 들자면,

 첫째로 정밀하고 명확하다. 수영의 각 동작과 관련된 근육의 움직임을 정확한 용어로 설명한다. 대개의 수영 입문서는 각 동작을 간단히 설명하지만 이와 관련된 근육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향상시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야기하지 않는다. 당연히 초보자 입장에선 이 정도까지 깊이 있는 설명은 필요 없겠지만, 모든 운동이 인간의 몸을 쓰는 이상 어느 정도 수준을 넘어서면 각 움직임에서 어떤 근육이 관여하고 무엇이 문제(부상이나 나쁜 동작)의 원인이 될 수 있는지 아는 것 자체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인체 각 부위별로 나누어서 해당 부위가 어떤 구조로 되어 있으며, 어떤 영법에서 어떤 부위가 사용되는지 꼼꼼하게 설명한다. 이어서 해당 부위를 강화시킬 수 있는 웨이트트레이닝을 설명한다. 또 해당운동이 어떤 영법을 발달시키고 왜 선수에게 도움이 되는지 알려주고 있다.

 둘째로 코치나 수영인이 이해하기 쉽게 각 부위의 근육군을 기능적으로 묶어서 그 역할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전공서적으로 많이 쓰이는 대개의 해부학서적은 어떤 근육의 기시점과 형태 등을 사전적으로 나열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 책은 해당 근육이 수축하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근육과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를 더 중점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근육들은 비슷한 부위에 있어도 각 역할이 전혀 다른 경우가 있고 해당 역할을 모두 외우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일단 수많은 근육의 위치부터 다 외워야 하니) 이 책은 몇몇 근육을 묶어서 어떤 기능을 한다고 설명하니 훨씬 더 쉽게 이해가 잘 되었다. 특히 어깨 부분을 설명할 때 이해에 큰 도움이 되었는데, 이 책의 서술방식을 조금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견갑대의 근육군은 견갑골 회전근(scapular pivoters), 어깨 보호근(shoulder protectors), 상완골 자세변환근(humeral positioners), 상완골 추진근(humeral propellers) 등 4가지로 분류할 수 있으며, 이 4가지 근육군은 '4P'라고 새겨두면 기억하기 쉽다.
 견갑골 회전근은 승모근, 대능형근, 소능형근, 전거근과 소흉근이다. 그 이름이 의미하듯이 이 근육들은 견갑골의 상방 및 하방 회전 동작을 담당한다. (생략)
 견갑골 회전근은 스위머에게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영향을 미친다. (생략)
 회전근개(rotator cuff)라고도 하는 어깨 보호근은 극상근, 극하근, 소원근과 견갑하근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략)
 그다음 주요 근육군은 상완골 자세변환근으로, 전/중/후(삼각근)의 세 부위로 나뉘지만 사실상 하나의 근육이다.(생략)
 마지막 근육군은 상완골 추진근이라 하며 광배근과 대흉근을 포함한다. 이 근육들은 견관절에서 힘을 생성하는 주요 근육이므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이들 근육을 타깃으로 하는 운동은 아주 많기 때문에, 스위머의 움직임 및 관련 운동에 이들이 기여하는 역할은 가슴과 등을 다룬 장에서 검토한다.
p. 45~49

분량상 (생략)이라고 한 부분에는 각 근육군의 구성, 역할과 중요성을 총괄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우리 몸의 이해와 수영에의 적용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만 이런 분류가 공식적인 것인지, 저자의 주관적 견해가 담겼는지는 모르겠다. 해당 용어로 검색을 해보면 내용이 나오기는 하는데 많지는 않은 것으로 봐서, 해당 근육군을 언급할 때 남들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겠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다년간의 경험에서 나온 지식과 인체역학에 대한 시각으로 우리 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대개의 해부학서적은 사전적 나열이 많은데 이 책은 그보다는 수영인에게 해당 해부학지식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더욱 초점을 맞추었다. 몇몇 부분을 인용해 보자.

또 하나 수영에서 특유하게 요구되는 것은 스위머가 스스로 지지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밀어낼 안정된 표면이 있는 지상 스포츠의 선수와 달리 스위머는 대부분의 훈련이 유동적인 환경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스스로 지지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생략) 아무리 튼튼하고 잘 설계된 집이라도 토대가 약하면 결국 붕괴되고 말 것이다.
 물론 수영 자체를 잘하는 것이 더 뛰어나고 더 빠른 스위머가 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으나, 물 밖의 몇몇 요소가 스위머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중 하나가 신체 근육 구조와 스트로크 역학 사이의 관계를 잘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잘 구성한 지상 운동 프로그램이다.
p. 9~10
견갑골 회전근은 스위머에게 크게 3가지 측면에서 영향을 미친다. 첫째, 견갑골의 적절한 상방 회전은 손이 물에 입수할 때 스위머가 몸 앞쪽으로 팔을 멀리 뻗게 하는 데 중요하다. 스위머가 더 많이 신장된 자세를 취할수록 스트로크는 더 효율적일 것이다. 둘째, 견갑골과 견갑골 회전근은 집의 토대와 같다고 비유하면 그 역할이 아주 명쾌하게 이해된다. 토대가 부실해 결국 무너진다면 아무리 으리으리한 집을 지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견갑대와 견갑골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만일 견갑골 회전근이 약하다면, 팔을 이루는 나머지 운동 사슬(kinetic chain)은 결국 와해되고 손상 위험이 증가할 것이다.
p. 46~47
지상 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이 장에서 운동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대개 대흉근은 스위머들에서 비교적 약한 부위가 아니라는 점인데, 이는 수영 동작이 이 근육을 상당히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슴 근육을 타깃으로 하는 운동을 이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상 훈련 프로그램의 주요 목표들 중 하나는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근육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가슴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기 위해서는 광배근을 강조하는 당기기 운동과 대흉근을 강조하는 밀기 운동을 2:1의 비율로 이용해야 한다.
p. 77

이런 부분을 읽다 보면 시야가 트이는 느낌이 든다. 기계적으로 A, B, C 가 있다고 나열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서 그게 왜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지, 일반적인 상태는 어떤지 감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읽으며 수영뿐만 아니라 인체의 원리와 운동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다.

 

 

 

 이 책이 분명 장점이 많지만 몇 가지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물론 장점만으로도 책값은 한다고 봐야겠다만 이런 부분도 개선되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먼저 각 단락에서 나온 모든 근육이 삽화로 표현되어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보면 다리 부분의 해부학 삽화를 보면 중요 근육군은 대부분 나와 있지만 문장 자체에서 언급하는 모든 근육이 삽화에 나와있진 않다. 배 부분 역시 중요 근육이 언급되어 있지만 해당 근육들의 움직임을 정확히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분량이 조금 더 늘어도 삽화를 더 추가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둘째로 강화 운동의 이름이 흔하게 언급하는 명칭이 아니다. 예를 들면  스탠딩 제우스(Standing Zeus)라는 운동이 나오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해당 동작을 그렇게 부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아마도 번개를 던지려 하는 제우스 신의 자세에서 이름을 딴(정작 밀어서 던지는 게 아니라 당기는 운동임)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아무도 못 알아들을 듯하다. 굳이 이 운동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명명하자면, standing oblique pull down이나, rotating pull down 같은 이름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와치 TV(Watch TV)라는 운동도 마찬가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plank라는 유명한 명칭을 알고 있다.

 셋째로 강화 운동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지는 않는다. 대략적인 동작이 나오긴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른 자료를 더 찾아봐야 한다. 다행히도 운동 시 주의점을 명확히 말하고 있어서 도움이 되기도 하고, 당연히 이 책 한 권으로 운동을 완벽히 알 수는 없으니 책내용을 단서로 강화 운동을 더 공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아마도 마지막 단점이 가장 크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바로 해부학의 기초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해부학에 관한 기본적인 설명(서론)이 있다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나 역시 예전에 해부학 수업을 (무려 1년이나)  들었는데 정중면, 시상면, 외전, 내회전 같은 단어를 다 까먹어버렸다. 이것들이 대충 뭘 말하는 건지는 알겠는데, 반대되는 개념들도 같이 있으니 책을 읽을 때 이 책의 정확한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런 단어를 모르는 상태로 한 번 이 문장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자.

내전은 팔을 몸의 옆으로 올렸을 경우에 몸의 정중선 방향으로 되돌리는 동작으로, 이 동작은 본질상 수평 또는 수직일 수 있다. 내회전은 손을 몸의 정중선 방향으로 회전시켜 손바닥을 배에 얹는 동작이다.
p. 74

이설명만으로는 정중선을 모른다면 내전과 내회전이 정확히 어떤 동작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다.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책 곳곳에 이런 식의 표현이 나와서 책을 읽으며 멈춘 적이 많았다.  물론 책을 읽는 나의 무지 때문이겠지만, 대부분의 독자가 해부학을 상세하게 공부하다가 지식이 휘발되기 전에 바로 이 책을 읽는 게 아닐 테니 책의 앞쪽에 간단하게 해부학 서론을 아주 간단히 실어주었으면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수영을 주제로 한 책 중에서, 읽는 내내 크게 만족한 책이다. 위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좀 더 수영 실력을 탄탄하게 향상시키고 싶거나, 나처럼 부상과 재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일반인에겐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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