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 마스터 가이드
싸이프레스
고마쓰바라 마키 지음
김정환 옮김
노민상 감수
수영을 본격적으로 배운 지 6개월이 넘었다. 처음에 비하면 실력이 많이 는 건 맞는데,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아서 유튜브 영상도 많이 찾아보고, 책도 몇 권 구입해서 읽었다. 이번에 읽은 책, 『수영 마스터 가이드』도 그중 하나인데, 특별히 추천이 있어서 샀다기보다는 알라딘 서점에서 수영으로 검색해서 나온 판매 상위권 책 중 하나라서 선택했다.
이 책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전에 한 가지 사실을 생각해보자. 수영을 책으로 배우는 게 말이 되는가? 수학, 글쓰기, 바둑 같은 정신적 활동은 당연히 책으로 익혀야 할 것 같다. 엑셀이나 대화법 같은 실전적(?)인 행동도 책으로 어느 정도 배우고 연습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악기연주법이나 운동, 운전 같은 신체감각이 중요한 활동 역시 책으로 배울 수 있을까? 나는 완벽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실전연습을 통한 체화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해당 분야 고수의 교수법을 체계적으로 빠르게 학습할 수 있으니 책을 통한 학습이 무용하진 않다고 본다.
IT가 발달한 요즘은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유튜브 영상이나 원격 화상 수업, VR기기 등이 책과 실전연습 사이의 간극을 많이 매워줄 수 있는 도구가 많이 개발되어 과거에 비해 학습 방법 자체가 다양해지기도 했다. 영상 매체의 발달로 과거의 책에서는 불가능한 방법, 예컨대 QR코드를 이용한 훈련 영상 링크와 같은 보완자료를 책에 수록하여 훨씬 더 나은 간접 학습이 가능해진 시대다. 정보 통신의 발달로 이제는 누구나 책을 읽고 쓸 수 있고, 책이 아니라도 블로그 포스팅이나 유튜브 영상 등으로 양질의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역설적으로, 더 좋은 선생님을 만나기 힘들어졌다고 본다. 이 사회 전체 지식의 총량이 늘며 분명히 상향평준화되긴 했을텐데, 문제는 너무나 정보가 많아졌다. 그래서 도처에 널려있는 검증되지 않은 지식마저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선생님이 아닌, 훌륭한 선생님이라면 지식의 맥락과 해당 분야의 현추세와 같은 정보까지도 학생(또는 독자)에게 눈높이에 맞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나는 책이 더 중요해진 시대라고 생각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 그다지 영양가 없는 원론적인 이야기는 도처에서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다(물론 그마저도 안 찾아보려는 사람도 많다). 중요한 건 나에게 맞는 정보, 지엽적이거나 틀린 게 아닌 중요한 핵심 정보다. 그걸 논리 정연하게 풀어낼 수 있는 선생님이라면 매체가 책이든, 유튜브 영상이든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나 책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휴대와 저장성, 즉각적인 학습 가능성이 가장 뛰어나다고 본다(일단 사서, 필요할 때 찾아서 볼 수 있다). 예를 들자면 헷갈리는 내용을 찾기 위해 유튜브 영상으로 20분 동안 풀어낼 분량을 책장에서 뽑아서 책으로 빠르게 3분 만에 다 훑어볼 수 있다.
그래서 책은 학습을 원하는 사람에겐 여전히 좋은 매체다(물론 영상 매체도 큰 장점이 있다). 특히나 책을 쓸 정도의 지식을 가진 전문가라면, 얇은 지식의 개론서보다는 'OO바이블'과 같은 깊이 있는 사전식 서적을 쓰는 게 책이라는 매체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본다. 독자로서는 궁금한 부분을 더 정확히 알 수 있고, 나중에 가끔씩 참고할 때도 바로 찾아서 읽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이 길어졌는데 정리하자. 수영을 배우는 데에도 책을 읽으면 좋다. 물론 직접 해보는 걸 완벽히 대체할 순 없다. 대신 책을 읽으면 해당분야 최고의 선생님이 평소에 다 설명하지 못 했던 더 깊고 정확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이런 '독서할 만한 책'은 고만고만한 서적이 아닌 내용이 꽉 찬 책이어야 읽을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조금 옛날 느낌이 난다. 아마도 책에 실린 사진이 묘하게 옛날에 찍은 느낌이 나서 그런 것 같은데, 책 뒷편을 보니 한국어 초판이 2011년인데 벌써 이때가 '옛날' 느낌이 날 정도로 오래된 건가? 아무튼 저자가 일본인인데 일본 특유의 사진감이 느껴지기도 해서 예전 책을 보는 느낌이다. 굳이 따지자면 2000년대 초 일본인 저자의 요리책을 보는 느낌이랄까.
책이 두꺼운 편은 아니다. 그리고 읽어봤을 때 생각보다 중요한 내용은 없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수영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것 같다. 문제는, 그런 초보들에겐 이 책의 내용이 겉핥기 같은 느낌이라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는 점이다. 몇 가지를 소개해보자.
각 영법을 소개하는 란에는 숙련도와 연령대별 목표가 나오는데 별 의미 없는 분류다. 모든 영법의 분류를 보면, 결국 다 똑같은 분류라서 굳이 각 영법 앞쪽에 소개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초, 중, 상급을 나눈 것 역시 아무 의미 없다. 결국 일차적인 최종 목표는 안 다치고 편안한 자세(=정확한 자세)로 수영을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를 위해서 각 드릴을 난이도 별로 나눌 필요는 없어 보인다.
각 영법을 익히기 위한 여러 드릴 설명도 생각보다 쓸모가 없다. 사진을 보자. 각 사진이 작고 그 동작의 중요한 부분이 어디인지 나오지 않는다. 책이라는 매체의 단점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각 포인트에 화살표로 표시할 수도 있을 텐데, 별 의미 없이 영상의 캡처 수준인 사진도 있다. 그 아래의 설명(캡션) 역시 동작을 해설하는 수준이지 어떤 부분이 포인트인지 명확히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또한 각 영법에서 흔히 논란이나 질문이 생길 수 있는 부분이 당연히 있을텐데 한 번쯤 언급하고 넘어가면 좋으련만, 주마간산 식으로 넘어가서 아쉬웠다. 평영에서 왜 머리가 들리면 잘 안되는가, 배영을 유난히 잘 못하는 사람은 왜 그런가, '돌핀 킥'은 정확히 어떤 킥인가(포인트는 무엇인가), 도대체 '캐치'라는 건 무슨 뜻인가. 이런 것들은 별도의 지면을 할애해서 자세히 이야기하면 크게 도움 될 텐데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수준으로만 넘어가서 별 도움이 안 된다. 아무리 입문자용 서적이라고 해도, 사실 우리가 책을 보면서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닐까.
물공포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된다는 놀이는 많이 나오지만, 정작 경영의 4대 영법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 느낌이다.
그나마 장점이라고 한다면, 다른 관점에서 한 번 쯤 살펴볼 수 있는 관점을 가질 수 있다. 시간 날 때 한 번쯤 훑어보면 도움은 된다. 홈트레이닝도 의외로 (이 책치고) 비중 있게 다루어서 도움이 되었다. 다만 이 운동도 '소개'정도에 그치고 있고 제대로 활용하기는 부족한 분량이다. 또 이런 건 더 좋은 서적이 있으니 패스해도 되겠다.
마무리하자. 뭐 굳이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필독서는 아니라고 본다. 수영서적답게 사진이 많아서 양 자체는 많지 않다. 4대 영법과 수영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있는 사람이면(=유튜브로 각 영법 영상 3개 정도씩 본 사람이면) 3시간 정도면 다 읽어볼 수 있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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