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투자자 관점에서 재무제표 행간을 읽어라
김대욱 지음
스마트비즈니스
주식투자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났다. 처음엔 실수도 해 보고, 잠시 장사를 하면서 실제로 작은 가게를 운영하기도 해보고, 가치투자서적을 읽으며 시장을 일 년 넘게 지켜보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투자해보려고 하니 다가온 가장 큰 문제가 재무제표를 잘 읽는 법이다. 좋은 투자철학으로 무장한다고 해도 실제 기업의 상황이 어떤지 직접 알기 위해선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는 수 밖엔 없는데 회계 관련공부를 따로 할 기회가 없었다. 학교 다닐 때 아주 기본적인 회계과목 하나 들은 게 전부. 심지어 수업 때 썼던 책도 없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사실 이전에도 재무제표 관련 서적을 몇 권 읽었으나 바쁜 시기기도 했고 내용이 꽤 복잡해서 읽다가 포기 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 책들은 초보자를 대상으로 썼다고는 하는데 초반부터 꽤나 지엽적인 부분까지 계속 파고들다 보니 머릿속에서 회계에 관한 큰 흐름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일단 주식투자의 필독서부터 빨리 읽어나가기로 방향을 틀었고, 이제 중요한 책은 좀 읽었다고 생각한다.
문득 유튜브에서 재무제표를 검색하면 뭐가 뜰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마침 삼프로TV에서 재무제표 관련 내용이 있어서 4개의 영상을 전부 시청했다.
듣는 것 만으로는 공부가 다 안될 것 같아서 내친김에 출연자가 쓴 바로 이 책도 사서 읽었다. 읽는 내내 저자가 독자를 위해 내용을 알차게 구성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책에 비해 두께도 얇은 편(250여 쪽)이고 특별히 복잡한 내용을 적은 것도 아니다. 내용 자체도 유튜브에 나온 내용과 비슷해서 들으면서 복습(?)을 할 수도 있다.
개괄적인 내용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적어보겠다.
좋았던 점
1. '주식투자자에게 필요'한 재무제표 읽는 법을 읽어준다.
저자가 항상 강조하는 내용은, 재무제표를 30분 만에 읽을 수 있도록 투자자가 관심 가져야 할 중요한 부분을 잘 체크하라는 것이다. 재무제표는 '주식 투자자' 맞춤형 문서가 아니다. 어떤 기업의 재무제표를 읽는 주체는 다양하다. 특히 은행처럼 돈을 빌려주는 사람과 사업 투자자(이 안에도 시세차익, 경영참여 등 다양한 목적이 있을 것이다), 감사인 등의 입장은 모두 다르기에 재무제표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도 다르다. 대부분의 주식투자자는 회계에 대한 깊은 지식도, 시간과 경험도 부족하므로 기존의 채권자 중심의 재무제표 읽는 법은 어렵거나 비효율적일 수 있다. 또한 주식 시장에 상장된 수많은 회사의 재무제표를 모두 꼼꼼히 공부하고 따져볼 수도 없기 때문에 30분 정도만에 기업의 재무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훈련해야 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1장 처음과 마지막 절에 나오는 내용 다섯 가지를 대략적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재무제표를 대하는 다섯 가지 원칙
첫 번째, 매출액, 매출원가 판관비 등등, 재무제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숫자들이 중요하다. 작은 숫자까지 다 따지기 힘들다.
두 번째, 큰 숫자와 관계된 스토리를 확인하라 : 비율이 큰 계정과목의 증가/감소의 이유를 찾고 분석하라
세 번째, 재무제표에 정답은 없다 : 기업의 운영 스타일이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업계마다, 상황마다 다르다.
네 번째, 재무제표 계정과목끼리 비교분석해야 한다 : 매출액-매출채권, 매출액-유형자산 등 관련 숫자끼리 비교해서 파악해야 한다.
다섯 번째, 재무제표는 조화와 균형이 중요하다 : 한 가지 계정과목이 늘면 따라서 자연스레 늘거나 줄어드는 것이 있다. 증감이 상식적이지 않고 자연스럽지 않으면 상세히 체크해 보라.
ⓑ 재무제표 중 손익계산서가 가장 중요하다 : 매출액, 영업이익의 증감과 이유를 살펴보자. 지배지분순이익과 영업이익의 차이가 큰지 봐야 한다. 기업의 비용 구조와 감가상각비 역시 주석에서 확인하자.
ⓒ 재무상태표 : 현금(=유동자산)이 너무 적거나 많지 않은지 파악해야 하며, 매출채권이나 재고자산이 급증/급감했다면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사업 규모 증가에 따른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임). 개발비등 무형자산도 감가상각 대상이다(손상차손 발생 가능성에 주의). 대손충당금은 판관비에 포함되며 대손상각비가 증가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유동성 장기부채가 있는 기업은 상환 계획을 확인해야 한다.
ⓓ 현금흐름표 :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당기순이익 금액을 비교해야 한다. 몇 년 연속으로 큰 차이가 나면 주의해야 한다. 이자 지급은 IFRS규정상 영업활동 현금흐름에 적히지 않아도 상관없으나 그렇게 처리하는 기업이라면 불순한 의도가 있는 기업일 수 있다(즉, 영업활동 현금흐름에 포함되어 있는지 보자).
ⓔ 주석 : 상세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구체적인 판관리 내역을 살펴보는 것이 좋고, 매출채권의 대손충당금 설정금액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거칠게 이 책에서 나온 복습 삼아 내용을 요약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꼭 책을 직접 읽어보기 바란다. 아 다르고 어 다르기 때문이다.
2. 어렵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재무제표는 어려운가? 깊이 들어가면 안 어려운 게 없겠지만 적어도 재무제표는 그렇게 높은 사고능력이나 지식을 요하는 어려운 과목이 아니라고 본다. 비전공자인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한 가게를 예시로 놓고 재무제표 각 계정과목을 설명하면 모두 다 이해하고 알아듣기 때문이다. 공식도 몇 개 없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외워야 할 요소들이 많고 그 과목들 간의 관계가 머릿속에 들어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복잡하다'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실전에서 재무제표를 보면 친절하지 않게 큰 숫자로 표기되기 때문에 다들 어렵다고 느끼는 것 같다. 어렵진 않다. 복잡할 뿐...
아무튼 이 책은 주식투자자가 재무제표를 해석하기 위한 사항을 위주로 너무 깊지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실 시중재무제표 책을 보면 특정 부분을 너무 꼼꼼히 설명하다 보니 독자가 전체적인 그림을 놓칠 수 있는데 이 책은 독자가 30분 안에 재무제표를 읽을 수 있도록 각 계정과목을 짧게 설명하고, 중요한 포인트만 집어서 이야기해서 좋았다.
위에서도 요약했지만 특별한 건 없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과목을 보고, 이상한 부분(급증/급감하거나 상식적이지 않은 증감)을 꼭 주석에서 확인해라, 정도? 전체적으로 '재무제표는 크게 이런 것들이 있는데, 투자자라면 이쪽을 주의하세요!'라면서 내용 요약을 초보가 읽기에 참 잘해놨다는 생각이 항상 든다.
3. 회계에 대한 아주 기본적인 내용 정도는 아는 게 좋다.
예전에 교양으로 기본적인 회계는 들었다. 물론 기억나는 건 자산=자본+부채라는 식과 재무제표의 4가지 정도밖에 기억 안 났지만... 근데 이 것도 모르는 상태로 이 책을 읽는다면 좀 당황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저자 역시 서문에서 재무제표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고 했는데, 약간의 기초적인 설명이 있어서 사실 모르고 봐도 이해는 되겠지만 그리 효과적이진 않을 것이다. 아주 간단한 개론서 또는 강의를 조금이라도 듣고 이 책을 보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아쉬운 점
1. 근거로 제시하는 데이터가 너무 짧은 기간이다
이 책의 2장에서는 주식투자에 활용하는 재무제표와 관련된 여러 투자지표(유동비율, ROE, EV/EBITDA 등)에 대한 저자 본인의 견해를 이야기하는데 결론은 완벽하게 믿을만한 지표는 없으며, 기업의 이익(즉, 실적) 자체가 증가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지표라고 한다. 사실 이런 건 퀀트투자자들이 가장 관심 있어하는 소재가 아닐까? 이 부분을 꽤나 흥미롭게 읽었는데 저자의 주장에 동의는 하지만 그 근거가 빈약해 보여서 아쉬웠다. 특정 지표가 좋거나 나쁜 상위 몇십 개 기업을 골라 동일기간 코스피 상승률과 비교한 그래프를 싣고 '이 지표가 높아도 코스피와 이 정도 차이가 없으니 관련 없음' 정도로 이야기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먼저 대부분의 차트에서 기간을 2016~2018년 정도로 잡았는데 너무 짧은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한 30년 정도로 하거나, 전체기간이 대표성이 적다고 하면 추세별로 나누어서라도 살펴보는 게 더 설득력이 있다. 또한 대상기업 역시 시가총액 5천억 이상인 기업만 분석 대상으로 잡았는데, 이 역시도 너무 표본이 너무 작고 제한적인 게 아닌가 한다. 지금 찾아보니 코스피는 대략 상위 330위, 코스닥은 대략 상위 120위 정도까지 시총 5천억 이상이다. 증시 등락에 따라 코스피는 500위, 코스닥은 200위까지 친다고 하면, 700개 기업이 대상인 셈인데, 2천 개가 훨씬 넘는 종목 중 700개를 뽑은 뒤, 그중 상위/하위 몇 십 개를 골라서 분석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만약 일부를 필터링했다면, 다시 700개 기업을 10 분위나 5 분위로 나눠서 상위에서 하위로 갈수록 어떻게 변화하는 지도 보았어야 한다.
2. 문장을 조금만 더 손 보면 훨씬 읽기 좋겠다
이 책은 분명히 쉽게 썼는데 읽다 보니 살짝 아쉬운 점이 들었다. 읽히기 쉬운 글을 쓰려고 저자가 노력했는데, 묘하게 구어체에 가까운 느낌이 들면서 문장이 허전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라 딱히 설명할 수는 없는데 책이 산만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글쓴이는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니 특정 문장에서 본인의 특징적인 구어적 표현이 있을 수도 있고, 글쓰기 실력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편집자가 조금만 더 손을 보면 더 읽기 좋은 책이 탄생할 수 있었을 것 같다.
3. 이 사람도 틀릴 수 있다.
다행인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 저자는 책의 후반부에 본인이 전기차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를 태양광 사업에 빗대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2018년에 이미 정점을 지났다고, 2018년 초부터 이야기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런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2022년 말 기준으로 보면 그 예측은 틀린 것 같이 보인다.
미국의 대표적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 주가를 보면 2020년 본격적으로 상승한다.
중국의 전기차 업체 BYD도 마찬가지다. 무슨 사례가 더 필요한가? 전기차뿐만 아니라 2차 전지 시장도 2020년 이후 급격하게 올랐다. 지금은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인해 다시 떨어지긴 했지만 적어도 2018년에 비하면 이제야 꽃 피우고 있는 산업으로 보인다. 저자는 태양광 사업을 예로 들면서 전기차 역시 정부보조금이 떨어지면 원가 절감을 위해 배터리 관련 비용을 줄여야 하고 따라서 이차전지와 전기차 사업의 주가가 그리 희망적이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좋은 논리이긴 하지만, 난 다르게 생각한다. 에너지 사업은 한 가지로 몰리면 수급안정성이 떨어지므로 화력/원자력/태양광 등 다양한 원천이 필요하고 계속해서 조금씩의 수요가 있으며 서로 대체재로도 작용하지만, 내연기관차는 환경문제로 인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려우며 거의 유일한 대체재는 전기차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창 연구 중인 수소차도 있지만 상업화는 전기차보다 훨씬 멀어 보이고, 내연기관차가 완전히 멸종하진 않더라도 현재 추세로 보면 언젠가는 상업성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이 책이 나온 지 몇 년 지난 내가 결과론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 저자의 논리가 틀렸(?) 다는 걸 보니, '주식 고수라고 모든 예측이 맞지는 않나 보다'라는 걸 새삼 느끼고 있다.
어쨌든, 틀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투자 아이디어'아닐까? 그런 점에서는 좋은 논리라고 본다. 또한 이 논리 역시 재무제표를 통해서 관찰할 수 있는 사안이므로 어찌 됐든 재무제표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투자 개론서를 몇 권 정도 읽어보고, 슬슬 실전 투자를 시작해 볼 투자자라면 꼭 이 책을 두어 번 정도 읽어보고 내용을 훈련해보길 바란다. 재무제표라는 방대한 숫자더미에서 어디를 중점적으로 봐야 할지 짚어주는 정말 좋은 책이다.
위에서도 적었지만 사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이 저자만의 영업비밀 같은 것은 아니다. 비중이 큰 계정과목이 당연히 중요하고 (재무제표 전체를 빠르게 읽으려면 작은 숫자는 당연히 넘어가야 한다), 각 계정과목 간의 균형과 조화가 중요하며, 상식적이지 않은 급증/급감은 주석 또는 기업 IR담당을 통해 꼭 확인하라는 것. 그리고 적자가 심하거나, 현금흐름과 순이익이 계속 크게 차이나는 등 의도가 의심스러운 종목은 피하라는 것. 어렵지 않다.
책을 읽었으면 복습차 위에 올린 링크의 유튜브도 한 번씩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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