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라 오디오북을 뒤늦게(?) 한달 써봤다. 사실 광고는 1-2년 전에 많이 나왔으나 내가 늦게 썼으니 유행에 조금 늦은(?)걸 수도 있을 것 같다.
업체의 광고 등이 아니고 한달 간 무료로(현재는 누구나 가능하다) 체험하고 난 후기이다. 내가 느낀 장단점을 적어본다.
장점
1. 책을 소리로 읽어준다.
사실 살다보면 책 읽어야지, 생각은 하면서도 막상 시간내서 책읽는 게 쉽지 않다. 독서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이라도 이렇게 바쁜 시기에 언제 한가롭게 앉아서 책이나 읽고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나 역시도 그렇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대개 시간을 내서 앉아서 20분, 30분씩 독서를 하기가 쉽지 않다. 지하철에 탔을 때나 미용실처럼 잠깐씩 나는 자투리 시간을 위해서 책을 준비하는 것도 힘들거나 귀찮고 억지로 읽어도 생각보다 집중도 안 되는 경우도 많다. 결국 독서는 우선 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이와 다르게 윌라 오디오북은 책을 눈으로 읽는게 아니라 스마트폰과 이어폰으로 듣는다. 따라서 기어이(?) 책을 읽을 노력을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만원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 할 때, 운전을 할 때 같은 B등급 시간에도 책을 들을 수 있다. 책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들을 수 있다. 손이 가벼워지고 독서에 임하는 문턱도 낮아져서 훨씬 쉽게 들을 수 있다.
이 장점이 다른 모든 단점을 커버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특히 지하철을 오래타야 하거나, 운전을 오래해야 하는데 책을 읽기 힘든 상황이라면 윌라 오디오북이 최선의 선택이다.
2. 성우가 읽어준다.
밀리의 서재도 읽어보고, 시에서 운영하는 도서관 앱도 써보고 신문 앱도 써봤는데 아직 TTS(Text-To-Speech) 서비스는 성우가 직접 읽어 주는 것과 비교하면 부족한 듯하다. 물론 TTS서비스들도 진일보해서 언뜻 들으면 이상함을 거의 느끼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일반인과 비교했을 때고 성우들이 낭독한 게 훨씬 잘 들리고 흥미로웠다. 다만 이 경우는 텍스트의 종류에 따라 다를텐데 신문이나 잡지는 돈을 들여서 성우가 녹음하는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판매량(또는 구독량)이 확실한 서적이야 성우가 녹음하면 되겠지만 모든 텍스트를 녹음할 수는 없으니 윌라 오디오북과 비슷한 비교 대상인 밀리의 서재에 한정해 비교한다면 화자만 보았을 때 윌라 오디오북이 좀 더 낫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책에 따라서 대화가 나오면 성우가 여러명 나오기도 하는 등 녹음의 질이 좋다. 책을 듣다가 여러 성우의 목소리가 들려서 꽤 놀랐다.
3. 저자의 특강, 클래스도 많다.
유명 저자의 특강을 서비스하기도 하는데 난 자주 듣진 않아서 크게 이야기할 점이 없다. 다만 궁금하면 더 찾아 보기엔 좋은 서비스인 듯하다.
단점
1. 어플의 완성도가 아쉽다.
나는 주로 운전하면서 들었고, 산책하면서 이어폰을 통해 듣기도 했다. 앱을 사용하며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먼저 음량 조절기능이 없었다. 앱에서 재생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이나, 15초 앞뒤로 가기는 매우 좋았다만 정작 중요한 음량 조절기능이 없다. 요즘 음악을 재생해주는 앱이 워낙 다양하다보니 앱마다 기본적으로 설정된 음량이 다르다는 걸 모두들 알 것이다. 물론 앱마다 기본 음량을 다르게 설정할 수도 있겠지만 재생되는 곡마다 음량이 모두 달라서 소리를 높였다가 내렸다가 한 적이 다들 있을 것이다. 그런데 윌라 오디오북은 앱 자체에서 음량을 조절하는 기능이 없다. 내가 원하는 건 마치 유튜브처럼 앱 자체적으로 음량을 조절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스마트폰 앱 자체의 음량을 조절하는 수 밖에 없도록 했다. 이런 구성이 언제 문제가 되냐면, 운전 중에 음악과 윌라 오디오북을 바꿔서 재생할 때 윌라 오디오북의 소리가 상대적으로 작아서 음량을 크게 해서 들을 때이다. 사실 궁극적으로 나쁘진 않지만 오디오북 들으려고 키워놨다가 갑자기 다른 음악이 뜨거나 하면 자잘하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른 음악앱의 음량을 자동으로 확인 할 수는 없으니 유튜브처럼 윌라 오디오북 앱 자체의 음량만 조절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안그래도 남자 성우들이 저음이면 안들리는데 음량도 그렇게 크지 않아서 마스터 볼륨(?)을 올려놓아야 해서 불편하다. 왜 이런 기능이 없는걸까? 추가하는 게 구현하기 어렵지도 않을텐데.
또 한가지는 산책하면서 듣다보면 손으로 스마트폰을 쥐면서 꺼져있는 빈화면이나 잠금화면을 손으로 누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재생되고 있는 소리가 버벅인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화면 상의 오디오북 앱의 조잘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스마트폰에 터치 신호(?)를 주는 것만으로 앱에 부하는 주는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앱이 무거워서 렉을 먹는 것 같다고나 할까. 이 증상의 원인을 명확히 설명은 못하겠지만 산책하면서 잊을만하면 버벅임을 경험한다(참고로 갤럭시 S20이라 렉걸릴 일은 없을 것이다). 또 차에서 재생하다가 시동 끄고 내리면 이 녀석이 잠깐 재생된다. 다른 노래는 시동을 쓰면 블루투스 연결됐던 휴대폰도 재생이 중단되는데, 윌라오디오북앱은 잠깐 재생이 되는 게 신기했다. 블루투스 이어폰 연결을 해제할때도 이러던데.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검색해보니 이것 말고도 자잘한 버그가 많은것 같다. 내가 겪은 유형의 버그말고도 다른 버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이 보인다.
2. 책이 생각보다 적다.
업데이트된 책은 많은데 읽고 싶은 책을 검색하면 의외로 없다. 코스모스 같은 책도 궁금해서 검색해봐도 요약된 버전만 있다. 올라온 고전들도 유명한 버전(?)이라기 보다는 구색맞추기용 번역판처럼 보이는 것들이 많이 있다. 이 점에선 밀리의 서재가 훨씬 낫다고 본다. 비록 TTS라 품질이 아쉬워도 일단 책이 많으니.
3. 글을 볼 수가 없다.
황당한 점이 또 있는데, 바로 책 자체를 눈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뭐 독서 앱이 아니라 오디오북이니까 당연한건가? 책을 들을 수만 있다. 듣다가 직접 눈으로 그 구절을 다시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다. 직접 책을 사거나, 다른 앱을 써야 한다. 텍스트 서비스가 없는 걸 이해는 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말 아쉽다. 그래서 정말 곱씹어볼 만한, 내용이 좋은 책을 선택하기보다는 듣다가 좀 놓쳐도 부담없고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는, 가볍게 읽어볼 만한 책을 계속 선택하게 되었다.
윌라 오디오북은 2022년 9월 25일 현재 11900원이다. 가족과 함께 이용할 수 있어서 마음 맞는 사람이 있으면 사실상 반값(?)에 들을 수도 있긴 하겠지만 어쨌든 적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한다. 난 장점보다는 단점이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고 비용도 부담이라 해지했지만, 만약 출퇴근 시간이 충분히 긴데 독서하기는 힘든 상황이라면 윌라 오디오북이 정말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윌라와 비슷한 밀리의 서재를 2년 전쯤 이용해봤는데 만약 다시 선택하라면 밀리의 서재를 선택할 것 같긴 하다만(책이 더 많고 눈으로 볼 수도 있다), 두 서비스의 장점이 약간씩 다르다보니 한달씩 무료체험을 해보고 기호에 맞게 선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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