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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고전 퀀트 서적,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

코리안더 2022. 3.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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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
조엘 그린블라트 지음
안진환 옮김, 이상건 감수
시공사 (알키)

 

 정확히 어디서 였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이 책을 처음 본 건 대형서점 경영경제 코너였던 것 같다. 허접하게 책 표지에 진짜 작은 책 사진 하나만 떨렁 놓으니까 '뭐 이렇게 대충 만든 책이 있냐. 얇 책(?) 주제에 어떻게 주식시장을 이기냐'이러면서 지나갔다. 책 제목과 표지가 너무 강렬해서 인상 깊었나 보다. 가끔씩 서점에 갈 때마다 매대에 진열되어 있던 그 책을 보긴 했는데 본격적으로 어떤 책인지 알게 된 건 퀀트 투자 공부를 하고나서부터다.

 2020년 언젠가 퀀트(계량)투자를 알게 된 후부터 몇몇 퀀트책을 볼 때마다 이 책이름이 튀어나왔다. 사실 이 책을 읽을 생각까지는 못하다가 삼프로TV에서 정채진 투자자가 추천해서 바로 샀다. 일단 쉬운 책부터 읽어보려고 추천목록을 전부다 사진 않고 만만한 제목부터 샀다.

 책 내용은, 주식투자를 처음 하는 사람이나 퀀트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은 읽으면 큰 도움이 될 책이다. 설명이 쉽고 깔끔하다. 다만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마법공식이 만능 '필승'투자법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야 한다. 책의 투자 아이디어만 가지고 가자.

 만약 퀀트서적을 몇 권 읽어본 분이라면 숙제 삼아 베스트셀러 한 권쯤 읽는 셈 치고 한 번쯤 읽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여기에 나온 개념 중 다른 퀀트 서적과 비교해서 특별한 건 없는데 초등학생이 읽어도 쉽게 이해할 만큼 표현이 간결하고 논리적이다(다만 실제로 초딩이 쉽게 이해할지는 모르겠다).

 


책에서 인상적인 부분을 좀 정리해보자.

사실 본문 내용보다도 책 초반에 나오는 저자와의 인터뷰가 훨씬 더 도움이 되긴 했다.

시장은 항상 비관주의와 낙관주의가 극단으로 치우쳐 단기적으로 보면 주가는 심각할 정도로 크게 오르내립니다. 그 결과 미스터 마켓은 사람들이 과도하게 비관주의로 치우칠 때 주식을 싼 가격에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때가 바로 가치 투자가 빛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주식을 진정한 내재 가치보다 싼 가격에 매입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의 지름길입니다. 『주식시장을 이기는 작은 책』에서 소개한 마법공식은 평균 이상의 기업들을 평균 가격 아래에서 사는 경우에 적용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그것은 하나의 투자 공식으로서 시장 정서가 요동치는 것을 냉철하게 이용할 수 있는 투자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이런 교훈을 이미 1930년대 우리에게 가르쳤지만 그 원리들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p. 9-10
우리가 말하는 전략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100% 주식으로 채우는 것입니다. 따라서 주가가 하락하면 포트폴리오 가치도 하락합니다. 만약 시장이 40% 하락하고 포트폴리오 가치가 38% 하락했다면 우리가 시장을 이긴 셈입니다. 조금 위로가 되지요.
p. 13

우리가 올랐다면 (손해보지 않았으니 ) 당연히 좋은 일이고, 떨어졌어도 시장지수보다 덜 떨어지면 된다! 어차피 투자를 할 때는 손실을 볼 위험이 항상 있으니 떨어지는 일은 당연히 있을 것이다. 다만 평균(시장지수) 보다 얼마나 떨어졌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

 저자는 이 책의 개정판 서문에서 '마법공식은 가능한 한 가장 싼 기업을 찾는 공식이 아니다. 가장 우수한 기업을 찾는 방식도 아니다. 마법공식은 염가와 우량의 양 측면에서 최상의 조합을 보여주는 기업을 사라고 말한다'라고 적고 있다.
 마법공식을 이용하면 소수의 종목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숫자의 주식을 사야 한다. 그러나 연평균 4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리는 과정에서 그린블라트는 4~5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궁금증을 갖게 된다.
 왜 자신이 해 온 것과 달리 마법공식에는 종목 수가 많을까? 그것은 바로 분석능력과 투자를 위한 투여 시간의 문제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집중해서 매일매일 종목을 분석하고 투자한 후에 기업의 변화과정을 추적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만일 그런 정도의 지식과 능력 그리고 집중력이 있다면 그린블라트는 마법공식이 아닌 집중투자를 하는 것이 더 좋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자신의 마법공식을 이용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기고 좋은 성과를 내는 길이라고 조언한다.
p. 21-22

감수자가 작성한 글이지만, 저자는 능력과 시간이 되면 집중투자도 괜찮지만 둘 다 안 되는 일반인들은 차라리 마법공식이라도 하라고 말한다. 마법공식만이 '투자의 정답'은 아니라고 한다. 그저 마법공식은 가성비 좋은 수단일 뿐이다.

벤자민 그레이엄은 우리에게 큰 폭의 안전마진margin of safety을 마련해두는 것이 투자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가르쳤다. 다시 말해 당신이 사들이는 것의 가치를 파악한 후 그보다 훨씬 밑도는 수준의 가격으로 지급하라는 얘기다. (중략)
 시장은 종종 낙관주의나 비관주의의 극단을 내달리고, 가격은 종종 단기간에 거칠고 과감하게 오르내린다. 우리는 분명 지난 5년간 이런 행태를 다시금 목격했다. 그러나 그레이엄이 말하는 요점은 주가변화가 암시하든 특정기업의 장기적'가치'는 결코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자주 혹은 과감하게 바뀔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감정적 가격변동이 때로 내재된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평가절하된 주가를 만들어내며, 바로 그 점을 '현명한 투자자'가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p. 30-31

운 좋게도 『현명한 투자자』의 중요 개념을 갑자기 한방에 습득해버렸다. 

 마법공식은 우량한 기업에 해당하는 투자 대상을 체계적으로 찾는다. 어떤 사업체든 운영에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운전자본과 고정자산이 바로 그것이다. (중략)
 마법공식은 각각의 사업체가 운전자본과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금을 얼마나 잘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운전자본과 고정자산에 대한 투자금에 비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수록 마법공식에서 더 높은 등수를 얻을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마법공식은 가능한 한 가장 싼 기업을 찾는 공식이 아니다. 가장 우수한 기업을 찾는 공식도 아니다. 마법공식은 염가와 우량의 양 측면에서 최상의 조합을 보여주는 기업을 사라고 말한다. (중략)
 시장환경과 관계없이 순위목록의 위쪽을 향해 움직이는 기업들은 언제나 존재하게 마련이다. 전형적인 주식시장 인덱스펀드는 기본적으로 평균적인 기업을 평균적인 가격에 구매하고 있는 반면, 마법공식은 평균이상의 기업을 평균 이하의 가격으로 살 수 있을 때만 구매에 나서는 방법을 모색한다.
p. 34-35
 마법공식이 갖고 있는 몇 가지 결함들
 불행히도 단기간이 문제다. 거기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중략)
 첫째, 그것은 종종 작용하지 않는다.(중략)
 마법공식 목록에서 상위권에 들어 있는 주식의 거의 대부분은 언제나 보유하지 말아야 할 그럴듯한 이유를 갖고 있게 마련이다. 사실 선별된 기업들 중 많은 수가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중략)
 따라서 우리는 다음 몇 년간 수익이 신통치 않을 기업들로 인해서는 크게 잃을 게 없지만, 기존의 낮은 기대치보다 조금이라도 혹은 월등히 나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들로 인해서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셈이다.(중략)
 마법공식이 선별한 기업들 대부분은 현재 모종의 역풍이나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중략)
 마찬가지로 마법공식 주식의 상위 20개 혹은 30개 종목 포트폴리오를 구매하는 경우 그중 어떤 주식이 시장보다 나은 실적을 달성할지 우리 역시 잘 모른다. 다만 우리는 평균적으로 수익에 비해 염가로 나온 기업들을 사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평균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기업들을 사고 있다는 사실만 알 뿐이다. 그 최종결과물이 바로 평균적으로 평균 이하의 가격으로 거래되는 평균 이상의 기업들로 구성되는 포트폴리오인 것이다. (중략)
마법공식 전략은 수년간 시장보다 저조한 실적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한 중요한 사실이 있다. 만약 그 공식이 매달, 매분기, 매년 효과를 발휘한다면, 모든 사람들이 그 공식을 따를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면 공식이 선별하는 주식들의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고, 종내에는 공식의 효력이 전무하게 될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 공식의 탁월한 점은 그다지 탁월하지 않다는 데 있는 셈이다!
p. 36-41

 그러니까 마법공식으로 담는 종목은 특정 기간 중엔 대개 석연찮은 이유가 있는 회사들이라 종종 손실이 날 수 있지만 장기간 통계적으로 봤을 때는 수익을 볼 수 있다는 말이다. 거기다가 사람들은 항상 수익을 내지 않는다는(=만능 투자법이 아니다) 등의 이유로 마법공식을 안 쓰니 시장에서의 알파(초과수익)가 없어지지 않는다.. 는 말을 이렇게 쉽게 설명하다니!

 두 번째 결함도 중요(?)한데 퀀트 투자 서적에 대해 몇 번 읽어보면 특별한 이야기는 아니다.

게다가 두 번째 결함도 있지 않은가. 어떻게 보면 그것은 첫 번째 결함보다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솔직히 초판에서 그 점을 좀더 강조하지 않았던 게 후회된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시장을 이긴다는 것이 돈을 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다."
 (중략)
전략이 수년간 효력을 발휘하지 않을 때 고통을 감내할 수 없다면 장기적인 전략에 자산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는 것은 무분별한 일이 될 수 있다. 마법공식을 이용할 때 힘겨운 시기는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앞서 밝혔듯이 마법공식은 수년간 시장보다 저조한 실적을 낼 수도 있으며, 시장이 하락하는 경우 많은 돈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p. 41-43
 그러나 공식은 지극히 타당하다. 평균 이상의 기업을 평균 이하의 가격에 사는 올바른 전략은 반드시 시간이 흐르면 큰 보상을 안겨준다. 장기적으로 고수하는 것이 도전일 뿐이다. 이 책에서 배운 교훈과 이 책을 통해 넓인 이해가 그러한 도전을 극복해내는 데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며, 독자 여러분 모두의 행운을 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책은 서문만 읽어도 거의 다 읽은 느낌일 것이다. 

 이 책은 내용을 어렵지 않게 쉽게 썼다. 퀀트 투자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쓰면서도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문체로 썼다. 주식 투자를 확률적으로 성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회사를 염가에 사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마법 공식은 가장 핵심인 두 가지 지표에 주목한다. 좋은 회사를 의미하는 지표인 자본수익률(ROC)과 가격이 저렴한 상태를 의미하는 이익수익률(EBIT/EV)이 바로 그것이다. ROC가 높을수록, EBIT/EV이 낮을수록 저렴한 상태의 좋은 회사를 의미한다. 마법공식은 이 지표 순으로 순위를 매긴 뒤 이 중 가장 매력적인 종목을 몇 종목 매수한 후 1년여 동안 보유한 후 매도한다. 이런 방법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마법공식의 핵심이다. 손이 좀 들어서 그렇지 원리는 전혀 어렵지 않다. 규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매매하므로 힘들지도 않다. 원리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중요한 문제다. 바로 결과가 썩 신통치는 않다는 것이다. (한국)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막상 백테스트를 해본 사람들에 의하면 S&P500 지수 같은 건 이기는데,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팍팍 이기지는 못하는 것 같다(물론 벤치마크를 이긴다는 것 자체는 대단하다고 본다). 

https://youtu.be/Prq-WdSQf90

 

실전에서 ROC와 EBIT/EV를 쓰든, 편하게 ROE와 PER을 쓰든 중요한 건 이런 간단한 방식으로도 좋은 결과를 내다는 사실 아닐까? 조엘 그린블라트 본인도 집중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서문에서 직접 말한 것처럼 이 방법이 필승하는 투자법인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평균은 가는 전략이라고 본다. 

 이런 퀀트 투자법은 투자 세계를 항해하기 시작한 초보가 탈 수 있는 작은 나룻배로써는 쓸 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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