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책
서민 지음
인물과 사상사
서민 교수는 예전부터 경향신문 칼럼을 통해서 그의 글을 많이 읽어본 바, 그가 글을 읽기 편하고 유쾌하고 쓴다는 것은 오래전 부터 알았다.
그래서 서점에서 그가 쓴 서평집이 나왔다길래 냉큼 집어왔다. 그 시기(라고 해봤다 2, 3개월 전이다)의 나는 책을 열심히, 많이 읽어야겠다는 투지로 불타올라서 계속 책을 사고, 읽어나갔는데 책을 많이 읽고 글을 재미있게 쓰던 그의 '책에 관한 책'을 안 사고 그냥 지나칠 수 있을까.
예상대로 책은 술술 읽혀나갔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고정관념이 깨진 것이 있는데, '서평을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은가?'라는 것이다. 서평은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많은 지식인, 서평가들은 책에 관한 비평과 여러 배경정보들을 종합해서, 그들의 글을 읽다보면 정말 나도 똑똑해지고 지식이 쑥쑥 자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은데 문제는 내가 그런 글을 쓸 수 있냐는 것이다. 글쓰기는 사람이 하는 것이고, 훈련을 받으면 적어도 평균이상으로는 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난 사실 전문적으로 글쓰기를 진득하게 받을 여유가 없다. 그래서 항상 서평쓰기는 내게 있어 숙제와도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내용을 정리해야할 지, 그리고 얼마나 정리하고 나의 생각과 함께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풀어나갈지 아무런 노하우가 없었기 때문에 항상 막막했다. 어찌됐든 이리저리 써내려간 포스팅도 꽤 많이 쌓여서 가끔씩 과거의 글들을 읽어보곤 하는데, '그 때의 내가 생각한 건 저정도였나?'라던가, '내가 이렇게 글을 형편없이 쓰다니' 와 같은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래서 서평은 어떻게 하면 잘 쓸까하는 것도 많이 고민해보던 차에, 서민 교수가 이 책에서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내 고민이 많이 해소되었다.
"또한 내 서평집에는 다른 서평집과 차별화되는 장점이 있다. 서평집을 내는 분들은 대개 리뷰를 아주 잘 쓰지만, 나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 탓에 글들이 무지하게 쉽다. 독자로 하여금 서평을 쓰고픈 욕구를 느끼게 하는 것이야말로 내 서평집의 가장 큰 순기능이리라."
그래, 까짓거 이걸로 돈 벌것도 아니고(물론 잘 하면 돈은 벌겠지만..), 내가 읽은 책을 좀 정리해보자는 의도에서 시작한 것 뿐인데 괜히 부담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물론 아무렇게나 막 쓰는 것보다는 좀 더 나은 글을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좋지만, 얼마전까지의 나는 방법론적인 고민보다는 글쓰기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말을 듣고서 좀 더 편하게 마음을 가져보자는 생각이 들면서 한 가지 고민이 사라짐을 느꼈다.
실제로 그의 서평은 조금 특이하다. 보통의 서평은 책 내용에 대해서 정리하면서 얘기를 하고, 그런 중심 축을 여는 이야기로 자신의 경험담을 쓴다던가, 맺음말로 현실사회를 대입해본다던가 또는 좀 더 깊은 학문적 이야기로 책의 담론을 심화시키는 방법을 많이 쓰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서평은, 가령 예를 들면 '온도계의 철학'서평 같은 경우는 글의 거의 끝에 몇 줄로 나오고, 대부분은 그와 '장하석'교수의 개인적인 인연을 계속 말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이야기들은 웃음이 피식 나오는, 그냥 재미있는 망상(?)이다. 이 것 말고도 책내용은 거의 조금도 나오지 않는 황당한 서평이 꽤 많이 있다.
그렇지만 이런 서평이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좋은 서평은 많은 이들의 판단에 의해 어느정도 객관화가 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이런 서평을 나쁘다고 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사실 우리는 책을 읽을 때도 항상 그 책의 내용만 따라가는 게 아니라 다른 잡생각도 끊임없이 하게 되고, 만약 그렇다면 그걸 서평에 넣는 것도 잘못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 책은 서문에서 스스로 말하길, '내 정치 성향이 한국 사회를 기준으로 약간 왼쪽에 있다 보니 현 정부와 이전 정부에 대한 비판이 이따금씩 나온다.'. 확실히 글을 읽다보면 그들에 대한 조롱과 풍자가 참으로 적절하게 들어가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조금 당황(?)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경향신문이라면 많은 독자들이 '그분'들에 대한 풍자를 기대 하겠지만 이건 책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참으로 탁월한 글쓰기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나도 서평을 좀 더 자유롭게, 내 생각과 책의 내용을 정리해서 잘 써보겠다. 작문 능력을 조금씩 진보시켜보이겠다. 그러나 욕심부리면서 조급하게 생각하진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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