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나의 PS파트너를 봤다.

코리안더 2012. 12. 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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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할일이 없어서 혼자(!)나의 PS파트너를 보러갔다.



사실 영화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고, 한국영화는 더더욱 잘 안보는 편인데(굳이 피한다기보다는 그렇게 끌리는 영화가 많이 없어서...) 이번에 볼 만한 영화가 26년을 제외하곤 없는 듯 해서 이걸 봤다. 26년을 볼까 생각도 했지만 한동안 기분이 날카로운데 영화마저 그러면 찝찝할 듯 해서 피했다.

남자혼자 칙칙하게 패딩 입고 19금 영화를 보러갔으니 주변에서 어떻게 볼까 하는 고민이 조금 일었는데, 예상외로 내 바로 건너편에 있던 여성분도 혼자였고, 예상외로 아무도 신경도 안썼다.(당연하지, 커플끼리 왔으니 서로에게만 신경을 쓰느라 바빴겠지)

메가박스 동대문 역사문화 공원이 가까워서 거기로 갔는데, 영화관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일단 너무 크지 않은 편이라서 길 잃을 걱정도 없었고(메가박스 코엑스는 솔직히 너무 커서 좀 힘들었다) 상영관 내부도 계단마다 높이차가 꽤 있어서 앞의 사람을 전혀 의식 안해도 됐고, 간격도 충분했다. 의자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원래 동대문이라 많이 빈 건지, 영화가 문제였던건지, 우연히 그런건지 빈 자리가 꽤 많아서 나름 괜찮은 자리를 택했다.


영화는 기대보다는 굉장히 평이했다.

먼저 노출부터. 19금영화라길래 노출장면이 많을 것 같았는데, 초중반부에, 신소율의 노출 장면을 제외하곤 거의 없다. 아마 다 합쳐도 한 2분도 안 될 것 같다. 당연히, 김아중의 노출장면은 없다. 속옷만 입은 씬도 있긴한데, 속옷이 예쁘다는 생각은 들지언정 우왓!!하는 감정은  전혀 안 든다.(그나저나 정말 에블린 속옷이 예쁘긴 하더라.) 그나마 있는 씬도 후반부에 가면 거의 사라지다보니, 솔직히 야한 걸 기대하고 간다면 엄청 실망할 것 같다. 물론 신소율의 과감한 연기가 신선하다는 평이 있는거 같은데, 난 응답하라 1997을 본 적이 없어서 잘 이해가 가진 않는다.

사실 이 영화의 씬을 제외하면, 야한 분위기를 내는 건 배우들의 노골적인 대사가 한 몫을 한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말만 하다보니 영화의 분위기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물론 코믹한 연기를 위해서 그런 것도 많겠지만 들으면서 조금은 찝찝했다.(코믹한 연기는 꽤 마음에 들었다) 또 김아중의 신음소리도 꽤 자주 나왔는데 이것도 별로 마음에는 안든다. 그냥 분위기만 띄우는 정도? 그런데도 신음소리만 내니까 오히려 천박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제 스토리와 결말을 이야기해야겠다. 결말있으니 보기 싫은 사람은 나가자.

음악을 좋아하지만 돈벌이에는 관심없는 남자주인공 현승(지성)은 여자친구 소연(신소율)과 헤어지며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 때 마침 윤정(김아중)이 잘 못 건 야한 전화(폰섹스, PS)를 받게 된다. 윤정은 승준(강경준)과 오랫동안 연애했지만, 일에만 관심갖는 승준이 언제 프로포즈를 할까 기다리고 있다. 윤정이 휴대전화를 바꾼 그날, 밤 중에 이벤트 하기 위해 승준에게 야한전화를 걸었는데, 번호를 잘 못 누르게 되면서 현승에게 전화가 간 것.

 장난전화로 끝날 뻔 했지만, 며칠 뒤 술에 취한 현승이 윤정에게 전화해서 하소연을 하게 된다. 처음에는 싸우던 두 사람이 서로 아무것도 모르기에, 서로의 사랑에게 가지고 있던 수많은 고민들을 이야기하며 서로 급격히 친해지기 시작한다. 사랑에 무너졌던 현승은 활기를 되찾았지만, 승준만을 바라보던 윤정은 그의 (회사 후배와의) 양다리 때문에 힘들어하고, 오랫동안 고민하며 힘들어하다 견디지 못하고 현승과 만나자 마자 바로 모텔로 간다. 그렇게 둘은 서로 짧게 사랑을 하지만, 현승에겐 소율이 다시 오고, 윤정 역시 승준의 프로포즈로 결혼을 하게 되며 서로가 서로를 잊으려 한다.

 그리고 몇개월의 시간이 지나, 윤정의 결혼식날, 자기가 끝까지 하지 못한 말, 고백을 하기 위해 현승은 윤정의 결혼식에 찾아가서 괴상한 노래(팬티 노래다)를 부르며 결혼식을 개판으로 만든다. 갑자기 나타난 현승을 보고(그리고 이상한 노래를 듣고) 승준이 윤정을 의심을 하게 되는데, 오히려 윤정이 승준의 양다리를 폭로하며 난장판이 된 결혼식을 빠져나온다.

파혼을 뒤로 하고 윤정은 란제리 디자이너(라고 해아하나)의 길을 다시 걸으며 일을 한다. 그러다가 친구들이 라디오에 노래를 응모한 것이 당첨되어 현승과 다시 인연이 닿는다. 현승은, 그 결혼식에 축가를 부르러 간 신해철에게 발탁되어(!!)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 어쨌든, 그 날 현승이 불렀던 노래를 다시 윤정이 부르게 되고 서로를 확인하며 영화가 끝난다.

솔직히 스토리를 다 써보니 크게 복잡하거나 이해가 어려운 건 없는 것 같다. 엔딩도 적당히 개운한 편이었고, 사실 크게 어거지가 있었던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의 행동을 보면 조금 이해가 안되서, 난 이 부분을 좀 더 매끄럽게 다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단 외도 사실을 알면서도 그걸 잊으려고 하다가 결혼을 승낙하는 윤정이 조금 이해가 안된다. 물론 워낙 사랑했으니, 현승과 사랑을 하는 것에 망설임이 있었던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저런 걸 다 덮어놓고 다시 다시 결혼하려 한다고? 내가 결혼을 앞둔 30대 여성이 아니라서 이해를 못하는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혼란스럽다. 윤정은 '결혼'을 위해서 사랑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승 역시, 초중반엔 굉장히 감정이입이 잘 되었는데(연애하고 헤어졌으니, 그리고 그렇게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여자친구와 헤어졌으니 당연히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것이다) 중반부터 윤정에게 푹 빠진 것 같다가도 다시 소연에게 돌아가는 건 왜일까? 그리고 왜 다시 찬건가? 아마도 그 짧은 기간에 자기 자신의 정확한 마음을 알아서 그랬을 것 같다. 다시 돌아온 소연이 "아, 이 사람이 아니었구나"하는 기분을 느꼈던 걸까? 그래도 쓸쓸히 사라진 소연과의 이별장면을 좀 더 매끄럽게 표현해야 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아무리 그 사람에게 할 말이 있다 해도 남의 결혼식에 가서 그런 노래를 부른다는 게 전혀 공감도, 이해도 안되었다. 그냥 작정하고 "깽판 ㄱㄱㄱ"의 느낌이랄까.

그러니까 중반 이후부터 나사와 바퀴가 하나씩 빠지면서 덜커덩 거리는 느낌이다.

조금은 슬펐던 것이 윤정(김아중)의 대사.

"만나고, 설레고, 헤어지고, 아프고... 다시 만나고, 이 반복이 지겨워서 사람들이 결혼이라는 걸 하는지도 몰라"

대략 이런 대사 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사랑을 하고, 그렇게 살아 간다.'

라는 것이 영화의 주제인듯 하다.


사실 결혼제도에 대해 조금 부정적이긴 한데(필요없다, 안한다, 이런말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이런 결혼제도는 조금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이 영화는 사랑에 대한 고찰을 이야기한다기엔 너무나 피상적인 느낌이었다. 그리고,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좀 더 매끄럽게 처리했다면 훨씬 더 괜찮았을 것 같다.

생각없이 영화를 볼거면 나름 괜찮은 선택일 수는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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