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뒤늦게 007 스카이폴을 봤다.

코리안더 2012. 12. 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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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007시리즈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시작하자마자 울려오는 빠바빠빰! 소리나 마지막에 조리개가 꼭 조여지며 본드가 총을 쏘는 장면이 아주 유쾌했다. 어쨌든, 007입문자의 시선으로 다시 써보고 싶다.

 

오랜만에 본, 혼자 본 영화였는데 사실 눈이랑 허리가 아파서 다크나이트라이즈를 볼 때 처럼많이 집중하진 못했다.

어쨌든 나름 재미있는 편. 특히나 인터넷에서 칭찬하던 오프닝시퀀스는, 정말 아름다웠다. 몽환적인 영상과, 가슴을 흔드는 진한 노랫소리..오프닝 시퀀스만 따로 볼 수는 없을까?

 

 스토리는 적당히 괜찮은 것 같다. 자세한건, 결말까지 모두 말할 생각이라서 읽기싫은 사람은 나가자. 물론 여기까지와서 볼 사람이 있나 싶다.

 사실 초반부에 MI6건물이 날아가는 거나, 침투요원의 데이터를 해킹하는 것부터 어느 정도 예상을 했다. 컴퓨터공학에 능한, 배신한 요원이라는 직감? 이건 나만 느낀 건 아닐 것이다. 그리고 다른 것이 아니라 M이 타겟이 될 것이라는 것도 당연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반전 영화도 아니고 이렇게 차곡차곡 실마리를 던져줘야 속시원히 영상에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고...아주 잠깐, 새로 권력을 차지하려는 말로리(이름이 맞는지는 모르겠다.)나 내부의 천재 Q가 범인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했었다. 물론 실바가 나오고 나선 그들을 완전히 믿게(?)되었지만.

개인적으로, 난 제임스 본드처럼 단선적인 인물보다는 실바같은 복합적인 감정의 인물이 더 좋다. 본드가 싫은 건 아니다. 그에게도 지키고 싶은 동료(란손)가 있었고 하고 싶은 복수가 있었고, 사랑도 느꼈(을까? 장담은 못하겠)다. 그런데, 그에겐 임무를 완수해야한다는 것에 모든 행동이 맞춰진 것 아닌가? 그러다보니 그다지 동감이 가지 않았다. 물론 발로 열심히 뛰어다니고 온몸으로 격투하는 건 정말 멋있었지만...

어쨌든, 인간 터미네이터 같던 그와는 다르게 배신감에 온 인생을 던진 남자, 실바가 어쩌면 그렇게 좋을 수가 있던지, 시안화 칼륨에 무너져내린 얼굴을 보여줄 때가 절정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 M을 직접 처단하지 못하고, 함께 죽어버리려고 한 것을 보면 그 세월 속에서 얼마나 고통 받았을까 하는 연민의 감정이 들었다. 

그러나 그런 실바를 보고나서도, 비밀임무를 하는 요원들을 책임지는 M의 선택도 존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냉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무를 완수시켜야하고 조용히 마무리지어야 하는 M역시 어쩔 수 없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기 전, 자기가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그 결정들의 무게를 결국 스스로의 잘못으로 돌리려 했던, 그리고 사죄를 바랐던 그가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 누가 잘 못 했나? 무엇이 문제였나?

글쎄. 잘 모르겠다. '시대'의 문제일까? 새로운 세상이 오면 그런 비극적인 개인과 사건은 사라질 수 있을까? 난 확신은 못 하겠다. 인생에서 마주칠 수 밖에 없는, 운명의 비극이 아닐까?

 

스토리의 전개는, 어디선가 많이 봤나 했더니 요즘 나오는 영화들의 공통적인 방법을 쓰는 것 같다. 고의적으로 주인공에게 잡힌 뒤에, 미리 설정한 전술로 기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탈출!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악행을 저지른다! 이 전략은 다크나이트의 조커, 어벤져스의 로키도 했던 전략이 아닌가...그래도, 경찰로 위장한 실바를 '본드가 잡아야 하는데, 잡아야 하는데!!'하는 긴박감이 중반을 지배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서 본듯한 장면이 많이 나왔다. 예를 들면 후반의 노래를 틀며 날아오는 헬리콥터를 봤을 때, 지옥의 묵시록의 갑자기 떠올랐다. 이런 것들을 오마쥬라고 하는가? 나도 영화보는 눈이 조금씩 정밀해지는 듯해서 한편으로 놀라기도 하고, 스스로 자랑스럽기도 하고...

어쨌든, 밤 중에 코엑스에 가서 혼자 본 영화였는데 정말 만족스러웠다. 어제 찾아봤을 때 서울에는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만 상영하던데, 이제 곧 내릴 것 같다. 못 본사람이 있으면 한번 쯤 보면 괜찮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후반부를 여는 알프레드 테니슨의 시, 율리시스의 전문을 음미하며 끝내고 싶다.

근데 방법을 나도 모르겠네, 여기서 알아서 보길...

http://secondphase.blog.me/11014563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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