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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 투자를 하고 싶다면, 파이썬으로 배우는 포트폴리오

코리안더 2021. 9. 11.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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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썬으로 배우는 포트폴리오
곽승주 지음
길벗 출판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을 100% 이해해서 내 지식으로 흡수하지는 못했다. 책 후반부에 나오는 블랙-리터만 모델을 제대로 이해 못했으니 대략 60% 정도 이해한 것 같다. 이 책이 투자 교양서가 아닌 만큼(교양서라기보다는 거의 전공서?), 내용이 어려워서 한 번 읽고 이해 못하더라도 여러 번 반복해서 지식을 이해하고 실습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아무튼 지금 내 수준에서는 어려워서 다른 쪽 공부를 더 해본 뒤에 후반부 내용을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1. 파이썬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장점은, 파이썬 고수가 아니라도 따라 할 수 있도록 써졌다는 점이다. 서점에서 다른 책을 보니 대개 파이썬을 꽤 하는 중급자를 대상으로 해서 중간중간 설명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이 코드는 무슨 의미지?'라고 할 때도 있고 에러가 났는데 해결하지 못해서 덮은 적도 있었다.

 이 책은 코딩 초보라도 따라 할 수 있도록 비교적 간단한 예제와, 파이썬 코딩의 기본(부록에 좋은 내용이 많다)과 파이썬으로 자주 사용할 기본 통계 값을 코딩하는 법(이동평균, 분산, 상관계수 등)도 설명하고 있어 비교적 이해가 쉬웠다. 사실 파이썬 책을 좀 읽고 나면 '그래서 주식 투자에 어떤 식으로 쓸 수 있지?'라고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이 책은 기본 통계량 계산법 등을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설명해줘서 도움되었다. 그렇다고 개발환경까지 시시콜콜하게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서 구글 코랩이든 아나콘다든 알아서 설치해서 해야 한다. 물론 파이썬을 처음 설치한 완전 초보가 아닌 이상에는 IDLE나 스파이더 같은 걸 쓸 테니 초보자라도 이 정도는 문제가 안 될 것 같다.

2. 포트폴리오 구성에 필요한 내용이 있다.

 개별주 투자가 아닌 ETF 투자자, 자산배분에 관심 있는 사람에겐 좋은 내용이다. 사실 이 책의 목표는 '코딩하는 법'이라기보다는 포트폴리오 이론을 공부하고, 포트폴리오 이론을 컴퓨터로 실습(=코딩)하는 법이라고 말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다. 코딩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각 모델의 특징을 서술하기 때문에 앞으로 투자 방향 설정에 큰 도움이 된다.

3. 서술하려는 내용이 어렵다.

 만약에 현대 물리학을 초등학생도 쉽게 이해하도록 해보라면 적절하게 잘 설명할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많을 것이다. 분명 각종 비유와 영상을 섞어가면서 이해를 하도록 하겠지만, 문제는 '정확한 이해'와는 거리가 멀 수 있다는 점이다. 이유는 단 한 가지다. 원래 그 분야는 어렵기 때문이다.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 사전에 공부해야 할 개념이 많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왜 자산배분을 하면 좋은지와 같은 포트폴리오 이론의 핵심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실제로 투자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산을 넘어야 현실에서 당황하지 않고 판단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 책에서 블랙-리터만 모델과, 파마-프렌치의 3 요인 모델을 이야기하는데 사실 이해를 못했다. 책의 중반부에 나오는 평균-분산 포트폴리오 이론, CAPM 같은 경우 기본투자론 교과서(서평 링크)에서 공부해서 대략적인 흐름은 알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이렇게 코딩하면 되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실전에서 많이 쓰인다는 블랙-리터만 모델은 정확히 이해를 못했다. '블랙-리터만 모델은 이런 장점이 있군!'이라고 이해는 했지만, 베이즈 정리나 통계 쪽으로는 거의 몰라서 대략 이런 게 쓰이나 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제대로 모델을 이해하고 적용하려면 행렬이나 통계학을 좀 더 깊게 알아야 할 듯하다. 이 책이 본격적인 금융공학 교과서도 아니고, 베이즈 정리나 효율적 시장가설에 대해 깊이 논할 수는 없다 보니 후반부에 나오는 파마-프렌치 3 요인 모델과 블랙-리터만 모델을 모르는 사람이 이 책만을 읽고 완벽히 이해하기란 힘들 것 같다(나 같은 비전공자는 그렇다는 말이고, 전공자라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CAPM의 한계나 블랙-리터만 모델이 왜 좋은지 정도의 맥락은 알 것 같다. 다만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4. 어려운 내용인데 책 분량은 짧다.

사실 이건 양자택일의 문제라고 본다. 친절하게 상세히 쓰면 너무 두꺼워진다. 반대로, 축약하면 독자가 이해하기 힘들어진다. 어느 한쪽이 나쁜 건 아니라고 본다만, 이 책을 통해서 '포트폴리오 이론이 좋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그보다는 이미 포트폴리오 이론이 좋다는 걸 아는 사람이 이 책을 읽었을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뒤 쪽의 블랙-리터만 모델과 파마-프렌치의 3 요인 모델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나도 처음에는 이해하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슥슥 넘겨보게 되었다. 그냥 슥슥 넘겨보고 나서, 포스팅을 쓰려고 지은이 서문을 보니, 그때 알게 되었다. 이 책의 목적이 나 생각과 달랐다는 것을...

이 책은 현재 포트폴리오 이론을 공부하고 있거나, 나처럼 아주 오래전에 공부한 뒤 잊고 사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이론을 위한 기초 지식, 여러 포트폴리오 이론, 이론을 만든 학자들 이야기, 그 이론들을 파이썬으로 조립해보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정리하면, 정말 내용이 알차고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이 책은 포트폴리오 이론과 같은 금융이론을 공부해본 사람이 다시 상기하려고 하거나, 파이썬 코딩으로 실습할 때 도움 되는 책으로 보인다. 이론을 정확히 몰라도, 통계학이나 수학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포트폴리오 이론이 어떤 것인지, 왜 자산배분이 중요한지에 관심 있는 사람은 차라리 기본투자론 교과서를 읽어보시라.

 파이썬 실력은 기본입문 서적 하나만 읽어본 정도라도 이 책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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