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약사들이 읽으면 도움 될 책, 소아 복약지도

코리안더 2021. 8. 23.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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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복약지도 - 우리 아이 약 잘 먹이는 방법
마츠모토 야스히로 지음
김철용 옮김, 최병철 감수
정다와

 우연히 굴러다니던 책을 읽었는데, 이 책의 목표 독자는 약사다. 즉 단순 육아서적과는 약간 다른 높이에 있는 책이다. 혹시나 일반인이 아이에게 약을 잘 먹이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면 특정 부분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서 책의 모든 내용을 잘 이해하기는 조금 힘들 것 같다.

 독자를 약사 또는 비슷한 지식수준을 갖춘 의료인으로 잡았기에 내용의 난이도 문제를 빼고 평가한다면 이 책의 내용은 나름대로 쓸만한 내용이 많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매끈하게 번역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 의료계는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이 두 나라 간의 용어차이는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실상 미국이 국제 의료계의 표준이 된 상황에서 언어적 차이에 의한 의사소통이 조금 힘든 점은 있지만, 그건 내가 영어를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라서 책에 나온 단어를 눈치껏 유추하거나, 그 의미를 인터넷으로 직접 검색해보는 수 밖에 없다. 책에 자주 나오는 단어인 '유유아(乳幼兒)'는 도대체 무슨 의미인가? 한국에서 흔히 쓰는 단어가 아니라서 조금 혼란스럽다. 젖먹는 유아를 말하는건가? 유아(乳兒)와 유아(幼兒)를 합쳐서 말하는 건가? 아니면 일본 의료계에서 쓰는 특정 개월수 이하의 아이를 말하는건가? 책에서 특별한 언급이 없어서 구글검색을 해도 만족스러운 답변이 있지는 않았다. 만약 번역을 한다면 이 단어의 동의어를 굳이 찾아서 번역하지는 않더라도, 책의 초반부에 해설을 달아주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유유아뿐 아니라 '유약(幼弱)동물실험'같은 알기 어려운 단어나 '발증'처럼 빈용하지 않는 단어가 많이 나와서 읽을 때 흐름이 조금씩 끊긴다. 일본어를 성의없이 번역할 때 자주 나타나는 문체로 번역된 부분도 많이 있었다.

 일본약사니까 당연히 일본제품명을 많이 쓰긴했는데 이건 어쩔 수 없는 문제인 듯하다. 동일 성분이라도 회사의 기술력에 따라 다른 특성을 지닌 제품들이 분명있다. 그리고 약국에서의 임상 경험을 서술하다보니 이런 내용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세부적인 내용도 구체적으로 서적으로 정리된 일본 약업계가 조금 부럽기도 하다(알고보니 한국도 이럴지도?). 사실 이 부분은 한국인인 내가 그다지 기억할만한 부분은 없는 것 같아서 빠르게 읽고 넘겼다.

 번역상의 아쉬운 점을 제외하고 책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좋은 편이다. 소아 또는 소아과에서 흔히 처방하는 약의 약동학적인 특성이나 약물용량 관련한 부분은 요점이 잘 나와서 도움이 되었다. 또한 4장과 5장의 약제별 복약지도에서 빈용약물의 특성을 설명하는 것도 도움되었다. 일반적으로 약물치료학에서는 병태생리학적인 부분과 치료가이드라인은 서술하지만, 개별약물의 특성에 대해 깊이 해설하진 않기 때문이다(이건 약물학에서 다룰 내용인가?). 6장의 임부, 수유부에 관한 내용도 짧지만 크게 도움이 되었다.

 


만약 소아과 주변 약사라면 이 책을 사서 읽어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 아이를 키우는 일반인이라면 그냥 빌려서 읽어보면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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