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코리안더 2012. 11. 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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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

 

이한 지음

 

미지 북스

 

 대개 한 분야의 거장을 비판 하기란 쉽지 않다. 일단 그의 지식의 끝이 어디인지, 나는 얼마나 아는지 자체를 잘 모르므로 쉽게 비판하기 어렵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그의 명성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에 대한 거센 비판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우리 사회를 강타한 마이클 샌델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는 틀렸다라는 매우 도발적인 제목의 책으로 공격한 이한 변호사를 보니 굉장히 용감한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을, 사실 나는 처음 했다. ‘어떻게 그런 대가에게 반항할(?) 생각을 한 거지?!’ 아마 나 뿐만이 아니고 많이 그런 생각을 했나보다.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1195/read?bbsId=G003&articleId=911436&itemId=277

 (사실 이한이라는 변호사가 누구인지 모르다보니, 모두 하버드 교수라는 권위에 눌린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이 분이 누구인지는 잘 모르고, 그나마 찾은 게 트위터 아이디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쓴 마이클 샌델은 영미 정치철학 계에서는 꽤 유명한 사람인 것 같다.(난 이쪽 전공이 아니니 사실 그리 잘 알지는 못한다.)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 마이클 왈저 등과 함께 공동체주의를 지지하며 존 롤스와 자유주의자들을 비판하고 있다는데, 사실 미국에서 얼마나 큰 인지도를 가졌는지는 모르겠다. 어찌됐건 그의 저작은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고 어설프게나마 인문학 열풍에 불을 지핀 것 같은 느낌은 든다. 이어서 왜 도덕인가같은 그의 다른 책이 출간되긴 했는데, 우리나라에 그의 사상에 대항할 대중적인 비판서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크리스트교, 유학, 공산주의, 신자유주의...많은 사람들이 크게 깨닫지는 모르지만, 시대를 움직이는 건 그 시대 사람들의 정신을 움직이는 거대한 사상이 아닐까한다. 그런 점에서 마이클 샌델의 책을 통해 그의 공동체주의가 우리나라에 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는데, 이 책의 저자 이한 변호사는 그 부분을 지목한다.

 

어느 날 판사인 친구와 대화를 나누던 중에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화제에 올랐다. 그런데 놀랍게도, 친구뿐만 아니라 그 주위의 많은 판사들이 샌델의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부분의 판사들이 그 내용에 공감하고 깊이 감화받았다고 한다. 한 판사가 판결을 내릴 때 공동체의 미덕을 어떻게 진작시킬까를 기준으로 고민을 많이 한다.”고 말하자 다른 판사들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샌델이 들었다면 무척 기뻤겠지만, 나는 큰 위기감을 느꼈다. 사법부의 판사들은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권리의 공식적 수호자들이다. 그들이 특정 사안에 관련된 개인의 권리를 미덕을 진작시킬 목적에 맞추어서 주조하고 바꾸고 뒤집는다면, 더 나아가 입법부와 행정부, 그리고 일반 국민들은 시민의 권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심각하게 걱정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샌델의 자유주의를 오독하고, 나아가서 그의 주장이 우리사회에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한다.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을 때는 그의 설명을 통해 자유주의와 공리주의 등을 이해했으니 은연중에 그의 철학이 녹아있을 것이 뻔했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정치철학에 대해 기본적인 배경이 없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나와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이 같은 비판이 지나치게 가혹한 것인지, 그나마 점잖은 편인지 스스로 판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샌델의 잘못은 자유주의의 핵심 원칙을 노골적으로 오독하면서 자유주의를 비난하고 나서는 주장들에도 모두 해당한다. 공공의 이익이라고 할 수 없는 것들을 공익의 이름으로 이야기하며 기본권을 침해하는 그런 주장들은 한국 사회의 곳곳에 퍼져 있으며, 자유주의가 아니라 바로 그 주장들이 현실을 주조하기 때문이 우리의 삶이 이토록 비루한 것이다.

 

 

확실히 이 책을 읽어보면, 마이클 샌델의 책을 읽었을 때 드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이런 생각이 안 들고 꽤나 명쾌하다.(물론 샌델의 의도는 딜레마를 제시해주고 생각의 힘을 기르기 위해서 일수도 있지만, 다분히 의도적으로 결론을 공동체주의로 몰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는 샌델이 왜곡한(다고 하는) 자유주의, 자유지상주의, 공리주의 등을 새롭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입문자에게는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읽다보면 도발적인 제목에 걸맞게, 굉장히 전투적으로 글을 써나갔는데 대개 이런, 원작의 인기에 편승해서(?) 나타나는 책은 질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나마 나은 듯하다. (그리고 주석을 꼼꼼히 달아주어서 비교와 앞으로의 공부에 참고가 많이 될 듯하다.)

 

처음에는 세미나 준비를 위해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하나의 큰 관심사가 되어버린 분야가 바로 정치철학이다. 정치철학을 좀 더 깊게 공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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