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욕망해도 괜찮아 - 김두식

코리안더 2012. 7. 1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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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처음으로 조금 길게 책이야기를 한다. 김두식 교수의 「욕망해도 괜찮아」.

창비 에서 나왔다.

대략 2년 전쯤, 우연히 서점에서「불멸의 신성가족」을 읽었다. 말로만 들었던 법조계의 이야기를 생생하게(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들어보니 굉장히 신선했는데, 주제 뿐만 아니라 그의 친근하면서도, 부드러운 문체가 정말 마음에 들어 그 이후로 이 분이 쓴 다른 책도 좀 보았다. 그러다가 경향신문에서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거의 나오자마자 샀다. 

#2.

처음 책을 들 땐 별로 신경을 안 썼던 게 바로 책의 디자인이었는데, 곰곰히 잘 보니 매우 도발적인 것 같다. 온통 붉은 바탕에, 별 특색없는 글씨체로 쓴(아마도 바탕체 인 거 같다!) '욕망해도 괜찮아'라는 글씨가 어쩜 이렇게 잘 어울리는지. 만약에 '욕망'이라는 키워드 때문에 매우 날리는 글씨를 썼거나 더 자극적인 표지를 썼다면 오히려 특징없는 3류 서적이 되었을 것 같다. 마치 정체불명의 홈페이지에 들어갔을 때 나오는, 클릭하고 싶지만 왠지 주변을 한번 쯤 휙휙 둘러보고 나야 누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한 문장을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오히려 더 궁금증을 유발하는 느낌이다.

#3.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걸까? "남들은 자기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대할까?"특히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사람들을 만날 땐 더 궁금하다. '당신은 내숭을 떠는건가요! 아니면 정말 그런건가요!'

그런 나의 관음증적인 욕구를 자극하는걸까, 조곤조곤 옆에서 들려주는 듯한, 읽기 쉬운 필체라서 그런가, 정말 빠져들어서 읽었다.

(지금도 글을 쓰고 있는 중이지만, 정말 글을 쓴다는 게 쉬운일은 아닌데(보통은 쓸거리가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쓸거리가 있다고 해도 글로 풀어내는 게 쉬워지는 건 아닌 것 같다.) 어쩌면 그렇게 글도 잘 쓰는지, 마냥 부럽기만 하다. 이게 다 욕망을 잘 다독이신(?) 덕분인가.)

#4.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큰 목소리로 자기 권력의 크고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중년 아저씨'부터, 우리사회에 파란을 일으켰던 몇몇 스캔들,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의 독일과 중국의 영화에까지, 다양한 지점을 이야기하는 저자가 결국 나에게 말하고자 한 것은,

1. 정직하게 자기의 욕망을 인정하라. 과도하게 규범에 얽매이지 말라.

2. 남의 욕망에 쉽게, 함부로 돌던지지마라. 한번쯤 함께 고민해 보라.

라는 메세지 같다.

#5.

글을 쓴다는 건 정말 어렵다. 사실 글을 쓰고 싶긴 한데, 무슨 주제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독후감이라도 쓰면서 조금씩 습관 들여보고 싶었다.

그런데 독후감을 처음 쓰려고 마음 먹었을 때만해도 '이렇게 이렇게 쓰면 재밌을 것 같아!', '손으로 솰솰솰 치면 글이 술술술...' 등등 상상만으로도 행복하기만 했던 '자발적'글쓰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역시나, 아직도 갈길이 멀다.

나중에 한번 더 읽고 나면 또 다시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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