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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데드 리뎀션2 캐릭터에 대한 생각(결말주의)

코리안더 2023. 4.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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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데드 리뎀션2(이하 레데리2)를 하면서 여러 캐릭터와 스토리에 관한 여러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당연히 게임의 전체적 스토리와 결말이 모두 나와 있으니 모르는 채로 진행해 볼 사람은 읽지 말 것을 부탁한다.

대부분 게임 내에 나와있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내가 추론한 내용이고, 군데군데 인터넷 검색으로 나온 커뮤니티의 의견도 담겨있다. 다만 게임 진행 중 기억을 바탕으로 쓰다 보니 정확한 게임 내 대사를 적지 못 한 점 양해 바란다.




더치


레데리1에서 나온 더치가 '왜 이런 사람이 되었나'를 레데리2에서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 말미에 '더치는 원래 악인이었는데 선한 사람의 가면을 쓰다가 구석으로 몰리니까 본성이 점차 드러난 것'이라는 대사가 짤막하게 나오는데, 이는 락스타게임즈의 공식적인 표현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물론 그 말도 일리가 있지만 그 대사가 게임 내의 한 인물의 시선이라고 쳤을 때, 더치와 대척점에 서있는 한 인물의 시선일 뿐이라고 본다.

 레데리2에서의 더치는 조금 복잡하고 모순적인 인물이다. 1800년대 후반 갱단의 리더이긴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봐도 꽤나 진보적이고 혁명적인 사상을 가진 인물이다. 아메리카 원주민과 흑인의 인권에 대해 긍정적이며 갱단에 별 도움도 안 되는 식객들도 거둬들였으며 캠프를 돌아다니다 보면 독서를 하거나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는 등의 갱단스럽지 않은 고급문화를 향유하는 행동도 한다. 갱단 역시 레데리 2 이전 배경에서는 의적활동으로 나름대로 유명했던 것으로 보인다(아서나 존은 그런 더치를 신뢰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게임 초중반에는 '더치가 원래 나쁜 녀석이다'라는 복선이 거의 없기도 하다. 물론 반전의 극대화를 위해서라거나, 초반에 만날 수 있는 맹인거지의 예언이 약간의 힌트를 주기도 하지만 1회 차를 플레이해 본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을 말이기도 하다. 어쨌든 천성이 완벽히 선하진 않을 망정 태초의 절대악도 아니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런 더치가 후반부 갑자기 '원래 나쁜 녀석이었고, 드디어 본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는 설득력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나는 그런 '더치 악인설'보다는 게임의 배경인 시대상과 레데리1에서의 변해버린 모습을 봤을 때 무법자의 시대가 저버리면서 무너져버린 한 갱단에서 생긴 비극으로 보는 게 맞다고 본다. 챕터1 첫 시작에 나오는 말을 돌이켜보자.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로 넘어가며 무법자들이 판을 치던 미서부 지역 역시 법치주의의 통제를 서서히 받게 되는 시점이 배경이다. 더치의 갱단은 의적활동으로 명성을 쌓고 여러 구성원을 모았지만 결국 하나의 갱단일 뿐, 시간이 지나면서 동시대의 다른 수많은 갱단처럼 공권력에 의해 자연스레 사라질 '운명'이었을 것이다. 레데리2가 나오기 훨씬 이전, 레데리2의 스토리조차 구상하지 못했던 레데리1 시절에 나온 더치는 실력 있었지만 타락해 버린, 꽤나 찌질한 前갱단 리더로 묘사되는데 그와 주인공 존 마스턴이 결별한 사건을 레데리2에서 묘사했다고 생각한다면, 락스타 게임즈는 더치를 원래 악인이어서 그 본성으로 돌아갔다고 그리기보다는 나름대로 이상을 가졌으나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하고 타락한 인물로 그리려 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레데리2는 전작을 해보았던 팬들에게는 이중의 스토리를 담은 셈이다. 레데리1의 프리퀄로서의 역할도 훌륭히 수행(존 마스턴은 왜 과거 갱단과 결별했나)하고, 그 작품 자체로도 훌륭하다(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살짝(?) 의로운 갱단이 어떻게 한 순간에 무너졌나)고 볼 수 있다.

 게임 속에서의 언급을 좀 더 살펴보면, 더치는 대개 한탕주의로 보인다. 물론 처음부터 한탕주의로 갱단을 꾸렸는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이 계획들은 대개 신중하고 치밀하기보다는 어딘가 허술(단편적)하고 각 인물들의 살신성인을 바탕으로 한 우격다짐에 가까워 보인다. 게임 초반부터 계획이 틀어졌을 때 플랜 B를 가동하지 않고(물론 없었을 테니) 그때그때의 임시방편으로 모면한다. 또한 '이 계획만 성공하면, 우린 새 출발할 수 있어!'라는 대사를 초반부터 계속하는데, 그 말을 들은 갱단원들도 이번이 정말 마지막인지 의문을 품기도 한다. 무리한 계획을 제어할 호제아마저 죽으면서 마이카의 입지가 올라가고 궁지에 몰린 더치의 큰 한탕에 대한 집착이 심해지다가 마침내 갱단은 파멸한다. 레데리2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돌이켜보자. 블랙워터의 페리를 털었던 사건은 게임 내에서 자세히 말하지 않으니 모르겠지만, 초반부터의 사건을 거슬러가 보면 하나의 사건을 덮기 위해 더 큰 사건을 일으키거나, 성공하기 어려운 계획이거나, 실패했을 때 파멸이 뻔한 계획을 무리하게 시도하다가 결국 더 큰 문제가 생기고, 다시 새로운 지역에서 더 큰 사건을 일으키는 악순환에 빠지고 있었다.

 즉 그의 성격에서 비롯된 한탕에 대한 집착(과 완벽한 도피를 통한 새 출발에 대한 열)이 점차 늘어가는 것과 동시에 범죄를 쫓는 공권력이 커지는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면서 마이카 때문이 아니라도 언제간 갱단이 무너져버릴 운명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허구한 날 무리한 계획을 세우고, 추격자들은 점차 많아지는데 어떻게 제대로 성공해서 도망가겠는가? 거기다가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이미 돈은 많이 모아놨음에도 더 확실한 미래를 위해 더 큰돈에 대한 욕심을 부리다가 마지막마저 핑커튼요원들에게 쫓기며 갱단을 파멸로 몰아넣은 걸로 보인다. 물론 마이카가 옆에서 부채질해서 더치가 그렇게 변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원래 그렇지 않은 인물(호제아 등)이었다면 마이카의 간언에도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물론 데리고 다니지도 않았겠지만.



마이카



게임을 하 마이카가 나쁜 녀석이란 건 누구나 다 안다. 그런데 내가 주목한 점은 '마이카가 정말 배신을 했을까', 그리고 '그로 인해서 반 더 린드 갱단이 망한 게 맞을까'였다. 나는 그 둘 다에 대해 조금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배신에 관해서는 '일부 유죄'라는 결론을 내렸다.

핑커튼에게 밀고하는 걸 배신이라고 한다면, 그가 배신자가 맞지만 배신의 정도(?)가 그리 크진 않다고 본다. 먼저 게임 내에서의 마이카와 핑커튼의 언급을 좀 정리해 보자. 본 스토리 이전 블랙워터 사건에서부터 핑커튼 요원에게 갱단은 쫓기고 있었고, 스토리 초반 이미 앤드류 밀튼은 말굽언덕에 있던 갱단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알고 있었다(어쩌면 완벽하게 알고 있지만 협상을 위해 일부러 아서에게 신사적으로 접근한 걸 수도 있다). 이때 이미 잡힌 동료와 수사를 통해 더치 일당의 정보를 모두 파악하고 있었다. 그 이후에도 시간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지속적으로 갱단의 은신처를 찾아내서 협상하거나 공격하기도 했다. 또한 스토리를 진행할수록 '이상하게 보안관(또는 핑커튼)이 빨리 오네. 정보가 샜나?'와 같은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가장 논란이 되는 점이 아서와 밀튼의 마지막 만남에서 "몰리는 고문 해도 안 불던데 마이카는 다 불더라"라는 대화일 것이다.

 이런 언급만 보면 아서(와 존)의 시선으로 플레이하는 우리는 마이카가 배신자처럼 보이긴 하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밀튼의 말 말고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 락스타 게임즈가 '내부자의 배신'이라는 주제로 스토리를 짜려고 했다면 이미 복선을 여기저기 깔거나 에필로그에서라도 마이카가 언제부터 계속 배신했다는 표현을 찾을 수 있도록 했을 텐데 확실한 건 밀튼의 언급뿐이다.

 그렇다면 밀튼 요원이 거짓말을 했을까? 그것도 아니라고 본다. 본인이 해당 발언을 했을 때는 이미 주인공에게 방심했을 때로,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었고 그게 거짓말이라면 마찬가지로 복선 또는 에필로그에서의 언급이 있었어야 했다. 굳이 그의 말도 꼬아서 볼 이유가 없다. 따라서 밀튼의 발언을 토대로 하면 구아르마에서 탈출한 후 갱단의 새 은신처에 도착할 때까지 어느 순간 핑커튼에게 밀고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후 엔딩까지의 마이카의 행동을 보면 지속적으로 내통하진 않은 것 같다. 왜냐하면, 만약 갱단들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생각하고 핑커튼에게 계속 협력하여 혼자만의 살길을 모색했다면 더치가 콘월을 죽이도록 계획을 짜거나(또한 이때가 더치가 잡힐 절호의 기회였을 것이다) 죽기 전 마지막까지 더치와 존에게 '다시 함께 하자'고 할 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챕터5 챕터6 후반에 핑커튼 요원들이 갱단 캠프를 무지막지하게 공격해서 '내가 도와줬는데도 나까지 죽이려고 하냐?'라는 심정으로 다시 생각을 바꾸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일회적으로 협조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추측컨대 구아르마 탈출 직후 모두 흩어져 갱단 캠프를 찾을 때 마이카는 핑커튼에게 붙잡혔고, 갱단의 정보를 넘겨주며 목숨을 건졌을 것이다. 다만 이 때는 마이카 역시 은신처로 돌아가지 못했으니  정확한 위치를 몰랐을 테고, 갱단이 라케이 어딘가에 있다는 것만 알고 그 일대를 뒤지던 핑커튼이 마지막으로 은신처에 도착한 빌을 뒤따라 라케이로 왔을 것이다. 빌이 도착하고 나서 한 말이 힌트가 될 수 있는데, '수소문하니 어떤 사람이 알려주더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즉 갱단 캠프의 행방을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거나 재수 없게도 변장한 채 기다리던 핑커튼 요원에게 물어봤을 듯하다) 뒤 이어 핑커튼이 공격을 한다. 아마도 더치만 잡거나 갱단 전체를 일망타진하려는 핑커튼의 스타일 상 일대를 정찰하며 갱단원이 거의 다 모일 때까지 기다렸을 것이다. 

 그럼 마이카가 어떤 내용을 불었을까? 아마도 크게 중요한 정보는 아니었을 것이다. 이미 핑커튼은 갱단원의 신상은 모두 파악했고(전투와는 관련이 먼 몰리 오셰이의 정체도 알고 있었다), 생드니 은행을 털던 일당이 생드니에서도 잘 탈출해서 구아르마에 흘러들어 간 것도 파악했을 것이다. 만일을 대비해 셰이디 벨도 감시하고 있었던 걸 보면 구아르마에 표류하던 일행이 탈출해서 언젠가 다시 돌아오리라는 것도 예상했을 정도로 핑커튼 요원들이 정보력은 뛰어났다. 뭐 갱단의 행동을 보면 레데리2 스토리 도중 내부자의 밀고로 추적했다기보다는 워낙 시끌벅적하게 일을 치러서 수사하며 알아낸 게 많아 보이긴 하다.

 이때 구아르마 탈출 후 마이카가 혼자 잡혔다면 그들에게 가치가 있을만한 어떤 내용을 말할 수 있을까? 뭐 큰 내용은 없을 것 같다. 어떤 갱단원이 있고, 자기가 그간 있었을 때 어떤 사건들을 벌였고, 생드니 은행 사건 후 구아르마에서 어떤 일이 생겨서 겨우 탈출했다, 정도의 내용 아닐까? 조금 더 나아가서 마이카가 겨우 알아낸 정보는 '남은 갱단원은 지금 라케이 어딘가에 있다더라' 수준일 것이다. 난 아마도 이 믿을만한 정보를 통해서 밀튼이 수사망을 많이 좁혔을 걸로 생각한다(잘 협력했다고 했으니 아마도 그가 불었던 내용이 이미 기존의 정보와 일치했고 그나마 라케이에서 모일 것이라는 정보만이 핑커튼에겐 최신 정보일 것이다). 어쨌든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신사적인 밀튼이라면 본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을지언정 협력한 마이카는 풀어줬을 것 같다. 이번에야말로 일망타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 테니 말이다.
 또한 마이카가 초반부터 엔딩까지 지속적으로 핑커튼과 내통했다고 하면 본인이 핑커튼에게 갱단의 습격 기회를 알려줬을 때 목숨은 부지하고 싶었을 테니 스스로 최대한 몸을 사리려 했을 것이다. 아니면 야밤에 배를 훔쳐 탈 때도 본인이 희생하는 척하며 갱단에게서 도망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도 않았다. 거기다가 챕터6 마지막 비버동굴에서도 사실상 끝난 분위기였을 때 혼자도망가면서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도 않았다. 에필로그2 엔딩의 다시 함께 하자는 회유까지 종합해 보면, 마이카가 한 번의 밀고는 있었을지언정 더치나 갱단을 팔아넘기기 위해 지속적으로 핑커튼과 내통한 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이렇게 되면 마이카의 행동과 밀튼의 발언, 핑커튼이 공격해 오던 타이밍 모두 이해가 된다. 마이카는 구아르마에서 탈출한 직후 잡혔으나, 살기 위해 본인이 아는 모든 내용을 술술 불었고 풀려났다. 밀튼에겐 대부분 크게 쓸모 있는 정보는 아니었겠지만 적어도 갱단이 구아르마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언제 어디서 모일 것이라는 건 알아냈으니 풀어줬을 것 같다. 그게 마이카가 한 배신의 전부라고 나는 생각한다.

 배신한 사실 빼고 마이카는 어떻게 갱단을 무너뜨렸을까? 그가 직접적으로 더치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는 나오지 않지만, 점차 더치가 마이카의 의견인 듯한 계획이 많아지고 호제아의 죽음 이후 마이카가 갱단원에게 기세등등하게 명령하는 걸 보면 연이은 실패로 인한 더치의 심리를 파고들어 더 나쁜 선택을 하도록 한 걸로 보인다. 다만 이 선택이 '유능한' 더치를 일부러 망가뜨린 게 아니라, 심리적 문제로 힘들어하는 더치가 더욱 나쁜 결정을 하도록 한 것 같다. 사실 더치 역시 계획이 있다고 큰소리치지만 생각보다 좋은 계획은 없었다. 크게 한탕하고 뜨자! 또는 더 큰 소동을 일으키고 그 사이에 우리가 빠져나가자! 같은 허무맹랑한 계획뿐이다. 아서나 호제아, 찰스 등은 대개 그런 계획에 반대하지만 제어하지 못한다. 빌이나 레니, 트렐러니 같은 인물의 계획도 대개 실패로 끝난 걸로 보아 다른 갱단원들의 능력도 고만고만해보이고, 더치가 '크게 한탕 벌어서 언젠가 뜨자'라는 궁극적 실패 요인을 호제아 본인이 죽을 때까지 더치 옆에서 수정시키지 못한 점을 봐도, 마이카가 없었어도 언젠가는 갱단이 큰 시련을 맞고 더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보였을 거라 생각한다.

 물론 레데리2 스토리상 갱단이 망하는데 가장 큰 기여(?)를 한 자는 마이카가 맞다. 예언하는 맹인 거지 역시 뱀의 혀를 가진 자로 마이카를 은유하며, 전체적으로 마이카가 큰 목소리를 낸 사건들이 대부분 직접적으로 큰 화(블랙워터 사건, 콘월살해, 원주민 이용)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럼 아서와 존의 시점 또는 어깨너머 관찰자 시점인 플레이어들끼리도 누가 배신을 했고, 언제 배신을 했냐고 이야깃거리가 있는 이유가 뭘까? 이 '배신'이라는 키워드가 바로 락스타게임즈가 노린 지점 같다. 바로 '배신'이라는 행위 자체는 작고 모호한 핑계였을 뿐이고, 급격하게 변해가는 시대에서 망해버린 갱단을 그려내기 위해 꼬일 대로 꼬여버린 사건들과 그 과정에서 변하고 갈라지는 여러 인간 군상을 그리기 위해서가 아닐까? 연이어 실패하는 더치와 그를 쫓는 공권력, 심리적으로 내몰리는 그의 옆에서 이상한 선택을 부추기는 마이카, 더치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빌과 하비에르, 죽음이 임박해서야 비로소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는 아서와 존, 하나둘씩 무대에서 사라지는 다른 갱단원을 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 마치 누군가의 '큰 배신행위'로 인해 갱단이 망해버리고 서로가 불신하게 되어 부서져버린 것처럼 그렸다. 사실 스토리를 곰곰이 고찰해보면 마이카의 밀고가 크게 결정적인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런 연막만 스멀스멀 올라온 것 같다. 오히려 마이카가 갱단을 분열시키고 더치가 무리한 결정을 내리는 게 더 큰 요인으로 보인다. 게임에서 자세히 묘사되진 않는 블랙워터의 페리 습격 사건 역시, 실제로 내통한 사람이 있어서 실패한 게 아니라, 그저 갱단이 쉽게 털기에는 너무나 치안이 좋았을 뿐이고 그들이 활동했던 지역들이 점차 공권력에 의해 잘 통제되었으며, 그들 스스로 자초한 무리한 계획(대도시 은행 털기, 슈퍼재벌과 대립하기, 원주민 이용해 먹기 등)으로 인해 제 풀에 산산조각 난 것 같이 느껴진다.

 또한 레데리2가 그 자체로 완결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1의 프리퀄인 만큼 레데리1의 존 마스턴이 빌, 하비에르, 더치와 어떻게 갱단이 해체되고 서로가 불신하게 되었는지 역시 '배신'이라는 키워드로 쉽게 표현할 수 있으니 표면적으로 배신이 많이 보이도록 한 것 같다. 원래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어도 든든한 동료들이 있다면 잘 헤쳐나가기 마련이다. 그러나 함께 서로의 목숨을 지켜주었던 동료들이 흩어진다면 어떤 사연이 있어야 할까? 내부에 배신자가 있었다는(그리고 그가 더치라는 리더를 타락시켰다는) 걸로 훌륭한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마도 그래서 마치 마이카가 중반부터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나 봐!'라거나 보안관이 이상하게도 빨리 찾아왔다거나 심지어 후반부엔 직접적으로 '그 배신자가 다 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서 아서를 비롯한 갱단원(과 플레이어)에게 배신자로 인해 갱단이 분열돼버렸다는 인식을 갖도록 한 것 같다.



앤드류 밀튼


게임 내에서는 갱단을 체포하려 하는 악역으로 등장하지만, 그의 행동이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의외로 괜찮은 인물인 것 같다. 스토리 초반에는 아서를 회유하려고도 하고, 쓸데없는 희생을 하지 않으려고 갱단에 직접 찾아가서 협상하려 하기도 했다. 대화를 보면 '법의 테두리'안에서 최대한 해결하려 하고, 아서와의 대화에서도 비록 이 사회가 완벽하는 않더라도 꽤나 마음에 든다는 말을 보면 꽤나 합리적이고 대화가 통하는(?) 인물처럼 보인다.

 비록 말미에는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만큼 상황이 안 좋아져서 결국 참다 참다 아비게일을 납치한 것 아닐까. 또한 그의 일련의 행동과 죽음을 본 후로 레데리1의 악당인 에드거 로스가 범죄자에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으로 변했다는 설정 역시 만들 수 있게 되어, 제작사에서 꽤나 공을 들여 잘 만든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존 마스턴

 

 

 사실 레데리1을 플레이 하진 않았지만, 유튜브에서 찾아 본 결과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안타까웠다. 레데리1을 먼저 해본 유저라면 레데리2를 하면서 엔딩까지 아쉬웠을 것 같다. 그의 미래를 알테니.

 레데리2의 엔딩크레딧까지 진행하고 나서 아비게일과의 대화도 끝내고 한가로운 일상을 하루 이틀 보내보았다. 존과 아비게일에게는 그렇게 본인들에게 평화가 찾아왔다고 생각했겠지만, 레데리1의 스토리를 생각하니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레데리2에서 마지막으로 해 줄 수 있는 건 존와 엉클을 포함한 가족을 함께하는 마지막 식사 뿐이겠구나, 이 생각을 하며 식사 후 한숨 자고(?) 레데리2를 종료했다.

 레데리2에서 특별히 입체적이거나 관찰할만한 점은 없었지만, 레데리1을 생각하면 아서 다음으로 여운이 남는 캐릭터다.

 


 

 이외에도 레데리2에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아쉬운 점은 트렐러니와 캐런의 에필로그 이후 행적인데, 딱히 언급이 없어서 매우 궁금하다. 확실한 건 반 더 린드 갱단이 흩어져서 더 이상 이야기 할 것도 없지만, 매력적인 여러 캐릭터들과 캠프에서, 스토리에서 상호작용할 수 있어서 이 게임을 더 흥미롭게 해 주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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